짬뽕인가 짜장면인가 ?
이 문제처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민거리는 없다.
짬뽕도 먹고 짜장면도 먹는 건 잘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짬짜면이 나왔다.
중국집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평을 받았던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는 시장에서는 처참히 실패했다.
지금도 극히 일부의 동네 중국집에서만 볼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융합 아이템인데 실패했다.
왜 일까?

1. 기계적인 융합은 성공할 수 없다.

융합이란 두 산업, 두 물건을 합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산업 두 개, 상품 두 개를 합치는 것은 결합상품이라고 부른다.
그저 유사한 물건을 합치면 가치에 비해 가격이 약간 싸질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

혹평을 하면, 짬짜면은 짬뽕과 짜장면을 기계적으로 합친 물건일 뿐이다.

2. 시너지를 만들지 않는 융합은 성공할 수 없다.

결합 상품의 잘 계산된 소소한 예는, 골뱅이와 소주를 묶어서 파는 거다.
사람들은 골뱅이를 먹을 때, 소주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의미있는 물건인데.

혹평을 하면, 짬짜면은 시너지를 내지 않는다.

3. 하나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고급 중국집에서는 짬짜면을 만들지 않는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음식은 부페 식당, 후진 식당에서나 가능한 거다.
짜장면과 짬뽕은 유래도 다르고, 재료도, 공정도 다르다.
원래 그냥 따로 시키고, 각자 맛있어야 하는 거였다.

혹평을 하면, 짬짜면은 있어서는 안되는 메뉴다.

4. 배라도 불러야 하는데..

배가 고프면, 곱배기를 시킨다. 짜장 곱배기, 짬뽕 곱배기... 만족의 극대화다.
짬짜면 곱배기 ? 아, 어감도 이상하고, 파는 곳도 없다. (특수 용기 때문에)
(사리 추가를 억지로 해달라면 모를까)

혹평을 하면, 배가 많이 고플 때, 짬짜면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5. 결정적으로, 중국집에 가는 이유

사람은 뭔가 그리움에 중국집에 간다.
그게 험악한 MSG 뉴스가 난무해도 우리가 중국집을 가끔 가는 이유다.
그 그리움이 항상 짜장면 주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람이 그리워 마트에 가고, 세상이 바뀌는 걸 보러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가지만,
꼭, 누굴 만나러, 꼭 뭔가를 사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가는 것은 아니듯이.
짜장면, 짬뽕은 그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일 뿐이었던 거다.

사람들은 짬짜면에 감동하지 않는다.


혹평을 하면, 짬짜면은 우리의 그리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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