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5남매, 모두 결혼해서 하나둘씩 자식들을 낳아서,
모두 합치면, 2(부모님)+4(큰누나)+4(작은누나)+3(나)+4(여동생)+3(남동생) = 20명이다.
해마다 5월 5일 어린이날 모두 모인다.

올해는 아파트로 이사가신 기념, 집들이 모드로 어린이날 (조금은 어버이날 모드) 가족 모임

옜집에서는 여름을 대비하여 보통 삼계탕을 1인 1마리 씩, 20마리 준비하셨다.
이번엔 꽤 이례적으로 각 가정이 음식 한 두가지 준비하는 포트럭(potluck) 모드 점심, 저녁 두끼를 했다.
(워낙 오는 사람에게 음식을 들고오게 한다는 것이 익숙하시지 않지만, 자식들이기에 용서가 되는 모드)
총 선수: 20명 - 지방에있는 손주 하나 + 고모 2분 + 사촌 3 = 24명
예전 집 보다는 작아도 24명 정도는 수용 가능, 하지만 짱박혀 있을 공간이 좀 부족.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때때로 살구,감,모과를 따 먹을수 있다는 사소한 장점 말고는
비새고, 청소할꺼리 많고, 뭔가 계속 고장나고, 뭐든지 다 직접해결해야하는.. 등등의 단점이 많던 단독 주택을 떠나
아파트에 사신지 한달.

어른들이 느끼시는 것들 (아파트와 상관없는 부분도 있음, 하여간 이사를 가신 뒤)

1. 호텔 같다.

깨끗하니까. 집안만 정리하면, 현관 밖은 somebody가 청소를 해주니 편하시다.
주택가지만, 트래픽이 좀 있는 곳 보다는 먼지도 덜해서 좋으시다.

2. 4층이지만,

두둥실 떠 계신것 같으시단다. 70년 이상을 1층에 사시다가 4층에 사시려니, 아마도 기압차나 고산지대에서 느끼는 산소 부족 (?) 느낌이 있으신 듯, 이건 농담이고.
동네 길이지만, 오토바이 및 자동차가 바로 옆에 지나는 집에 사시다가, 찻소리, 오토바이소리, 잡상인 소리, 그리고 빗소리가 안들리는 관계로 너무 조용해 그리 느끼시는 듯하다.

3. 개운함의 부족

아파트에 오니,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함이 단독주택보다 훨씬 덜하시단다.
이건 아파트에서 자다가 가끔 옜 본가에서 자면, 꽤 공기에 예민한 우리 wife도 느끼던 건데, 단독 주택에서 아침에 자고 있어날 때, 훨씬 더 개운하고/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단다.
아마도, 단독주택은 소위 말하는 웃풍이 세어 (그래서 춥지만), 공기 순환이 상대적으로 잘 되, 산소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예상.

4.  생활 양식의 사소한 변화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아버지가 집안의 쓰레기, 재활용품을 버리시는 걸 도맡으셨다.
--> 으음.. 드디어 최소한의 서비스 시작하심. 퇴출 방어 모드 가동.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피자를 여러 차례 주문해 드셨다.
--> 전화로 주문하시고 바로 앞 매장에 가서 pickup(물론 아버지가)해서 드시는 재미가 쏠쏠.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이웃이라는 것의 문제를 발견하셨다.
--> 보통 두 집씩 한 라인에 있는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주민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으시단다.
      바로 앞집 사는 사람도 거의 마추치는 일이 없고..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정원의 재발견.
--> 예전엔, 마당의 나무, 꽃이 좋았지만, 잎 떨어지고, 가꾸는 무거움이 항상 떠오르셨는데.
      지금은 집안의 화분만 좀 관리를 하시면 되고,
      아파트 정원의 수목과 꽃 들이 그리 맘편히 예쁠 수가 있는지...

5. 새로운 가전 제품 유감

이사 오실때, 일부 가전제품을 바꾸셨는데.그것들에 대한 긴 이야기

5-1. 아파트 출입을 위한 문들..

예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열쇠 인터페이스에서, 카드키(동현관), 번호키(집현관) 등 예사롭지 않은 인터페이스로  바뀐 결과, 특히 엄마에게 생긴 문제. 엄마에게 카드 형태의 키는 잘 챙겨지지 않는 물건이라, 외출하셨다가 경비실의 신세를 여러 차례 지신 후, 이제는 미 취업자들의 로망인 출입카드 목에 걸고 다니시는 모드로 전환.

특히 눈도 침침하고, 특히 디지탈과 상관없이 평생을 살아오신 엄마에게 번호를 눌러 여는 디지털 도어락은 대단한 도전 꺼리. 번호 외우기는 좀 어렵고, 패턴 모드로.. "이런 모양으로 누르시고 너무 쉬우면 안되니까 이거 하나를 더 누르신 뒤, 별표 또는 덮게를 내리시면 열려요." 예닐곱번 연습 후 현관문 개폐 성공.
아직도 한번에 성공하시는 경우 거의 없음. 계속 그러실 듯.

누가 왔을 때는, 벽에 붙은 인터컴으로 통화를 하고 아래의 눌러서 동현관을 열어주셔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 (큰 글씨로 '동현관열림', '집현관 열림'이라고 써놓아야 함). 버튼을 잘못 누르셨는데, 하필 '비상벨'을 누르신 관계로, 바로 경보가 울리고, 경비원 여러명이 출동하시기도 하셨다는..

5-2. TV (삼성 Smart 3D TV) + SKBroadbank IPTV (지난 드라마 보시라고)


애초에 이건 분명 무리였다.
3D-TV는 손주들 와서 3D로 게임한다고 선택한 것이므로, 두분만 계실 때는 off-mode.
(삼성 3D는 active 안경이 필요한데, 충전도 해야하고... 애들도 왕 불편)
또, smart-TV 인데도 애초에 삼성 기사가 인터넷과는 연결도 안해주고 갔다.

IPTV는 메뉴가 너무 복잡. 지난 드라마 보시려면 한달짜리 settop box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셔야 할 듯.

리모콘이 전혀 유저 프렌들리하지 않다.
IPTV는 두 어른의 문제가 아니고, 기본적인 메뉴 시스템 문제... 가족 구성원 20명 가운데 나이어린 순서, 컴퓨터 좀 배운 순서로 단 몇 명 만 지난 프로그램, VOD 기능 사용 가능

해서...
리모콘에는 TV와 Settop 박스를 동시에 on 하는 버튼이 있어야 하고
그거 누르면  TV가 자동으로 외부 입력 모드로 바뀌어야 하며.
계층적 메뉴는 필요하면 쓰게 그냥 두더라도.
지난 드라마 보기 버튼이 필요하고,
주요 방송국 버튼이 리모콘에 필요하다.
"기존 TV 맹키로" 만들지 않으면 IPTV는 안된다.

5-3 김치 냉장고 (삼성..)

이건 기계적인 인터페이스(대개 보관 모드만 사용하니까..)가 문제
보통 방문 처럼 열리는 문, 또, 그 안에 슬라이드,
아래쪽엔 슬라이드 형식의 김치통 보관함 이런 여러 방식이 섞인 보관함 구조.
익숙해지면 별 문제 없는데. 방문처럼 열리는 문을 열면 다시 슬라이드가 있고..
그건 문들에 큰 그림으로 여는 법이 설명되어 있어야 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김치통, 타파웨어 김치통인데, 열고 닫는 방법이 문제다.
작은 음각으로 open/close가 써있는데, 그런 글씨는 일단 안보이시고,
보이신다 해도, open 이라고 써진 곳을 눌러야 한다는 아무런 힌트도 없다.
힘으로 무리하시다가 통 하나의 lock은 파손됨.

나도 잠시 동안 이리 밀어보고, 들쳐보고.. 나서야 열고 닫는 법 깨달음
기존의 밀폐용기와는 전혀 다른 interface.
그림 설명이나, 큰 글씨로, '여기를 누르시면 열려요' '닫혀요' 이거 써놓아야 한다.

혹시 김장을 담그시게 되면, 그떄는 김치냉장고 사용법 특별 강좌가 필요하다.

세월이 모든 걸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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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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