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에 거쳐

친애하는 부모님께서
79년 지으셔서, 지금까지 사시던 단독 주택,
무려 32년 사셨고,
나도 고 1 때부터 결혼 전까지 16년을 살았던 집.
결국, 파시고 아파트로 이사하셨다.

포도, 살구, 감, 모과가 아주 많이 열려서 여름, 가을 한 때, 좋지만,
옜날 집이라
해마다 비새고, 뭔가 얼고, 수리해야하고,

즐거움만 있을 것 같은 과실 나무도,
여름 지나, 담장 넘어 떨어지는 낙엽을 쓸어야 하는 노력은
같은 서울에 있지만, 자주 못 가보는 5 남매 자식을 둔
두 노인네에게는 버겁고, 힘든 물건이었다.

그런 집에서 이사한다는 것은 '애증'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행사다.
큰 2층 단독 주택에서,  1/3 크기의 두 분 사시기에 적당한 작은 아파트로 가자니,
많이 버려야 하는데, 두분의 취향과 만지셨던 물건이 다르셔서, 버릴 우선 순위가 너무 다르다.

꽤 많은 걸 이사짐으로 들고오고서야, 터전이 좁아진 것을,
또, 이전에 쓰시던 것들 중 많은 것이 별 보존 가치가 없이 꽤 낡았다는 것을 깨달으신다.

어쨌거나, 이틀에 거쳐, 작아진 집에 맞춰, 버릴 것 버리고, 새로 들일 것 들이고 정리 완료.

부모님은 집을 파시고 (집은 헐리고 다세대 주택으로 변신 예정중, 아마 오늘이면 다 부숴졌을 듯)
며칠 동안 잠을 못주무셨다는데,

우리 wife 왈, '당신은 별 아쉬움이 없나봐 ?'
사실 '잔 정'과 상관없이 살아온 내게는 두분이 좀 편하게 사시는 것만 좋지,
예전에 그 집에서 있었던 '추억' 이런 건 없는 듯.

남은 건.. 아내가 어제 그 집에서 꺽어온 꽃병에 꽂아둔, 매화 나무 가지 몇개다.
있는지도 몰랐던 매화 색깔이 너무 예뻐 눈문을 흘릴뻔 했다.
그 집에 있을 땐, 잘 안보였는데.
아마 매화도 좀 있으면, 그렇게 지고 말거다.


<옛집에서의 마지막 전리품으로 wife가 꺽어온 매화, 진짜 이쁘다.>

혹시 아쉬운 사람이 있을까봐, 며칠전 예전 집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놓기는 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누가 보잘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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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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