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1]

한 때 nhn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블랙홀처럼 인력을 빨아들인다고. 여러 사람들이 걱정했습니다. 인력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그때는 이름 알려진 개발자가 어디있냐고 물어봤을 때, NHN에 있다고 대답하면 거의 맞을 정도였습니다만,

지금은 아마도 그렇게 들어갔던 분들중 상당수가 NHN을 떠났거나, 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대략 NHN이 최근 수년간 했던 인력 흡수 정책은 그리 성공적인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반성을 NHN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또는 그만두신 분들로부터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즉, 엄청난 인력 흡수에 대한 의견 내지는 다른 각도의 분석, 실패라면 그 이유, 성공한 부분, 비슷한 일을 하려는 회사들에 대한 제언 등등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각 2]

예전에 LG, 삼성은 석사 병역특례로 많은 IT 인력을 뽑아서 뭘하기도 했지만,  국가적으로는 인력양성에 가까운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지금에 비하면,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 능력도 없었고, 스마트폰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할 일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병역특례자 대부분이 국방부 시계가 다 가면, 독립을 해서 새로운 사업하거나,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했죠. 이런 인력 순환은 90년대말 벤쳐 붐을 이끈 (벤쳐붐의 성공 실패를 떠나서) 동력 중의 하나였습니다.

[조각 3]

요즘, 대기업들이, 자신들이 간신히 먹여살리던 을 회사인 중소기업에서 능력있는 엔지니어를 뽑아가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월급이나 기타 등등 대우를 더 해주고 사람 데려가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사람을 뽑아가기 전 입니다. 보통 대기업은 그 중소기업과 용역 계약을 통해 주요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던 기술을 로열티 없이 노동의 제공이라는 형태로 취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중소기업의 다른 엔지니어의 노동이 필요없어질 즈음에 기술의 핵심 부분을 머리에 담고 있던 엔지니어를 뽑아가는 것입니다. (여러 목적이 있겠죠. 기술 유출도 막고, 핵심 엔지니어가 제품 양산에 필요하기도 하고).  [조각 1]의  NHN의 인력 흡수 정책은, 이런 대기업의 인력 흡수 정책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뽑았죠.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무력화하고,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심인력 뽑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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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력 빼가기에 대한 대책은 참으로 보잘 것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자가 너무 강하고, 중소기업은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중소기업에게는 자사의 기술을 '인력'의 머리가 아닌 '회사의 자산'으로 유지하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죠. 소프트웨어의 경우, 책에서 배운대로 하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설계, 문서화, 소스 관리, 등등.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 집약적인, 잘해야 10여명의, 회사에서 훌륭한 성과물 관리, 경력관리가 잘 이루어지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용역을 안하면 될 것 아닌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기술 중심 중소기업의 꿈은 세계 시장에 나가는 것이지만, 그 전까지는 딱 굶지 않을만큼의 돈을 받으며, 대기업의 용역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용역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엔젤투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한두명이 차고빌려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할 방법이 없어 당장 돈이 되는 (기술을 넘겨주는) 용역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또, 인력과 기술을 회사에 온전히 남기는 방법은 M&A 입니다. M&A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잡아먹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개념입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사는 M&A를 통해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력들이 흩어지지 않고 아이디어를 담아 개발을 진행하고, 아마 투자한 대기업에 기술 사용의 우선권, 또는 독점권을 줄 수 있겠죠. M&A 형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이는 용역에 의한 기술 제공에 비하면 훨씬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또 대기업은 그 기술을 다른 회사들에게 팔아 더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정책적 규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 통상 벌어지고 있는 로열티 없는 기술제공 (용역), 일정 기간 기술의 독점 등등은, 합법적인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법이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 제공에 관한 표준 계약서를 도입한다거나, 로열티 계약, M&A에 대한 인센티브 (법인세 감면) 등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의 인식 전환이 먼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기술을 공급해 왔던 중소기업들이 망하면 자기도 망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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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비현실적인 대책도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프로야구,프로축구 선수들처럼 타이트한 기간제 계약을 하도록 하고, 회사를 옮길 때,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겁니다. 즉,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훌륭한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서는 꽤 많은 현금을 현 소속 중소기업에 지불하는 겁니다. 정말 유용한 인재라면, 그 트레이드 비용이 M&A 비용과 비슷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그 엔지니어 혼자만 오면 당장 기술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회사 전체를 사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고. 유망 기술을 개발하며, 인재 양성을 전문으로하는 회사도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술 보다는 엔지니어를 팔아서 돈버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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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