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플랫폼을 싹쓸이를 하는 모드다.

PC 시절, 이렇게 쓰고보니, 이제 PC는 안중에도 없어진 느낌이 들지만, 뭐가 도는지도 몰랐던 매킨토시를 만든 애플과 거의 100% 윈도우즈를 사용하는 PC를 만들던 수 많은 회사들의 관계처럼, iOS를 사용하는 단일 회사 애플과  그에 대항하는(또는 따라하는) 몇 개의 메이져와 수십개의 무수리들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로 시장이 간다. 노키아의 심비안은 맛이 갔고, 블랙베리도 지지부진하고, WP7은 전망만 좋고 아직 안보인다. 그리고 WebOS는 잘 모르겠고, 아직 보이도 않는 애들(Limo, Meego)은 아마 앞으로도 안보일 것 같은 느낌이다.

삼성도 나름대로 바다(Bada)를 만들었다, 휴대폰 몇개 만들고, 유럽에선 그래도 좀 팔린 것으로 뉴스엔 나오지만, 생태계 이야기는 없고, 국내에도 출시했지만, 아직은 안보인다. 이전에 티맥스(정확하게는 자회사인 티맥스코어)도 윈도우즈와 호환되는 뭔가(?, 뭘 제대로 보여준게 없어서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없기 때문에 '뭔가'다)를 만들려고 하다가 망가져서, 이제는 사명은 S코어로 바꾸고 S가 암시하는 것 처럼, 바다 관련한 일들을 하고 있다.

이런 삼성과 티맥스의 플랫폼 개발 노력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뭘 만들었을까 ?'가 아니라 '왜 만들었을까 ?' 이다. '왜'가 키워드인 이유는 국산 플랫폼이 글로벌 마켓은 커녕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성공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보통 사람들도 아는) PC 플랫폼은, MS-DOS, 윈도우즈, 리눅스 이렇게 세 개, 모바일 플랫폼은 안드로이드, 그리고 양쪽에 애플이 만든 Mac OS X와 iOS가 있다. (사실, 애플은 플랫폼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애플이니까)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상업적으로, 또는 학술적으로는 여러 노력이 있었으나,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예는 없다.  * 이 장면에서 서버용 OS와 윈도우즈보다 더 많이 팔린 RTOS 등이 있으나 민간인용이 아닌지라 논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PC라는 개념이 만들어질 때부터 시장을 주도했던 두 회사, 아니 정확하게는 두 천재들이 만들고 플랫폼을 진화시켰으니, 그렇다 치고. 리눅스는 20년 전에 만들어져,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10년을 수면 아래에서 헤메다가, 드디어 몇몇 유명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떠올랐다. 그리고는 다시 10년 가까이 이름모를 서버, 셋탑박스, DVR, DTV 등등을 전전하다가, 결국 구글을 만나 안드로이드를 업고 스마트폰에 입성하며 확실히 자리매김 하였다. 20년만에.

음 시간이 걸리는 구나. 플랫폼은 타이밍 문제에 앞서, 물리적인 시간이 걸린다.

다시 국내에서의 노력으로 돌아가서,
티맥스의 플랫폼 사업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Microsoft가 '심하게' 손댄 뒤, 실패한 사업들 가운데 하나와 일맥상통 한다. MS는 Encarta라는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을 만들었다. 빌 게이츠가 꿈꾸던 사업 아이템이기 때문에 아주 많은 공을 들여 개발하고 출시도 했지만 몇 년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그 이유는 백과 사전이란 것이 엄청난 지적 자산을 필요로 한다는 것 때문이다. 천하의 MS라도 엄청난 지식과 그 지식에 대한 검증을 독자적으로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해서.. 수만명의 '고급' 자원봉사자가 지식을 올리고, 훨씬 더 많은 자원봉사자가 그 지식을 Peer-Review를 통해 검증하면서 진화하는 위키피디아를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티맥스의 플랫폼 사업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실제로는 공개소프트웨어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라이선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부 업체들의 주요 응용 프로그램과 게임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한 '낀' 뭔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으며, 결국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는 진보와 보수가 대통합을 하자는 것과 사실 비슷한 것이다. 또 공개 소스 빙식으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체 인력에 의존했다. 따라서 플랫폼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공개만 했으면,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열광을 하면서 달려들어 많은 부분을 도와줄 수 있어서,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공개 방식으로 진행하여 성공했다해도 아마 티맥스가 추구했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거나 티맥스의 실패는 철학, 정책, 시장을 보는 관점과 비전, 선택과 집중, 모든 부문에서의 실패로 끝난 아마 경영학 case study로 훌륭한 예가 될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플랫폼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다. 이유도 많다.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무순)

  1. 스마트폰 시장이 무지하게 크므로, 국산 만들어서 조금만 써도 본전은 뽑는다.
  2. 진짜 잘되서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면, 대박이다.
  3. 똘똘한 놈 하나 가지고 있으면, 남의꺼 들여올 때, '싫으면 말고' 를 할 수 있어, 가격을 후려칠 수 있다.
  4. 우리나라는 휴대폰, IT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국가인데 그런거 하나 없으면 쪽팔린거다.
  5. 플랫폼은 모든 기술이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엄청난 기술을 이참에 축적할 수 있다.
  6. 플랫폼 만들려면,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패한다해도, 고급 인력은 건질 수 있다.
  7. 지금까지 남이 만든 걸 가져다 쓰려니, 그 위에서 도는 앱이나 서비스 경쟁력도 안 생겼었다.
  8. 남이 만든거 뒤치닥꺼리 하느라, 고급 인력들이 고생하고, 결국 그들이 IT에서 손을 떼왔던 거다.
  9. 국산 플랫폼은 '안보'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보안, 군수장비에 우리가 확실히 아는 걸 써야 한다.
  10. 그간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한다는 사람들 그동안 뭐했냐 ? 이제 우리의 축적된 기술을 발산할 뭔가를 해야한다.
  11. 이참에 ARM과 상관없는 완전 국산 Core까지 세트로 만들면 그 시너지가 엄청나다.
  12. 그 플랫폼을 국내 생산 스마트폰에 반만 적용해도, 생태계가 형성되어, 저절로 간다.
  13. 기본 OS와 브라우져만 잘 만들어도,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에 적용이 가능하므로 우선 시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14. 남이 만든거 분석해서 교재 만들다보니, 교육도 잘 안되었다. 우리의 철학이 담긴 거 쓰면 교육도 잘된다.
  15. PC나 스마트폰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셋탑박스, DVR, DTV 등 우리가 잘 만드는 거에 우선 쓰면 된다.
  16. 어설픈 R&D들보다 바닥부터 맨 위까지 제대로된 플랫폼 한번 만들어 엮어보는 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 

만들지 말아야하는 이유도 많다. 그중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 (역시 무순)

  1. 봐라, 우리나라에서 했던 플랫폼 만들기 노력 가운데 성공한 적이 없다.
  2.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또는 다른 회사들도 거의 실패했다.
  3. 너무나 많은 돈이 든다. 그 돈을, 잘만 생각하면 훨씬 확실한 리턴이 보장되는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4.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쓰게해야 하는데, 요즘 세상엔 그걸 유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5. 플랫폼을 위한 모든 상위 구성요소를 다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부를 외산 기술에 의존해야하는데
     그럴 경우, 그 부분의 의존성 때문에, 국산 플랫폼이라해도 외산 플랫폼보다 비싸질 수 있다.
  6. 우리끼리 만들어서 우리끼리 쓰면, WIPI 처럼, 시대에 뒤떨어져 뭔가 새로운게 또 나오면 버려야 한다.
  7. 플랫폼 만들어 억지 시장을 만들면, Active-X, 공인인증서, 무슨 실명제처럼, 글로벌경쟁력에 결정적 악영향을 끼친다.
  8. 대형 사업으로 플랫폼 만들면 또 대기업이 폼 잡고/돈벌고, 작은 회사들은 그 아래서 고생만 한다.
  9. 어설프게 만든 다음, 포장을 위해서, 정말 안써도 되는 연동/제휴/홍보로 외국 기업에 떼 돈을 낼 것이 뻔하다.
  10. 플랫폼 만들기 위해서는 꼬셔야 할 반도체, 보드 회사가 너무 많다. 그 중 알아서 도와줄 회사가 몇이나 되겠나 ?
      결국, 다 세금들여 우리 손으로 지원해야하고, 지원에 필요한 자료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11. Killer App이 문제다. 일부 임베디드 기기는 문제가 안되겠지만, PC에도 쓰자고 할 텐데, 과연 app까지 만들 수 있겠나 ?
  12.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 동안 MS나 애플, Linus Tovalds는 가만히 있나 ? 결국 근처도 못가고 목표만 수정하다 끝난다.
  13. 시작을 할 수는 있다해도, 그 결과가 '된건지, 안된건지, 얼마나 하면 완성이라 할 수 있는지' 이런 평가가 불가능해서
       정권바뀌고, 장관바뀌고, 하다못해 담당 과장만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그만두자는 이야기 나온다.
  14. 누가하냐 ? 이런거 한다하면 역시 국책연구기관에서 자기들의 장기적 먹거리로 삼고, 많은 부분은 위탁 개발로 한 뒤,
       그 조각들을 엮는 작업을 한 뒤, 만들어진 플랫폼은 또 비싼 돈 내고 사가라고 할 것이 뻔하다.  
  15. 세상이 클라우드 환경으로 가는데, 웬 새로운 플랫폼인가 ? 똘똘한 브라우져 라면 모를까 ?
  16. 리눅스는 공개소스이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거의 완벽한 것이 있는데 왜 새로운 것이 필요한가 ?
  17. 플랫폼 만들 세금으로 차라리 MS나 구글이나, 애플 주식을 사모으는 것이 더 영양가가 있다.
  18. 플랫폼은 철학이 필요한 소프트웨어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그런거 고민한 적 있나 ? 안된다.
  19. 그거 만드는데, 내노라하는 선수들이 많이 필요하다. 다 자기말만 하고, 정작 플랫폼은 산으로 간다.
  20. 지금 R&D 관리 시스템으로는 뭘해도 안된다. 특히 실용적 장기과제를 국가 R&D로 ? 어처구니 없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 어쩌면, 정답을 찾지말고, 지금처럼 하는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쨌거나, 국산 플랫폼을 국가 R&D 즉, 세금으로 만드는 일은 '정치적'인 결정이 필요한 사안인 듯 하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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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