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간 일했던 학교에서 입학처장이란 보직을 한지 한 학기가 조금 더 지났다.

학교의 입학처라는 곳이 좋은 학생을 뽑는 것이 본업이지만, 뽑는 행위는 공정성, 교육 환경, 규제 등으로 운신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이같은 환경 아래의 우리나라 대학에서, 선발 자체보다 더 중요할 가능성이 높은 일은 그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선택한 후 초기에 결국 우리 학교에 잘 왔다, 여기와서 다행이다라고 진정성있게 느끼고, 첫 학기부터 의미있는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입학 제도와 입학과 관련된 행정 행위도 중요하지만, 뽑힌 학생에 대한 care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care 부분이 아마 여러 대학이 잘 못하는 것 중의 하나이며, 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는 중요한 근거 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늘 1학년 신입생들의 (흐트러진) 자세를 먼저 이야기하지만, 언제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는가? 그들의 자세가 어떻든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needs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지금까지는 분명 부족했으며, 꿈이 없었을 수도 있는 학생들에게 뭔가 동기를 부여하여 행동하게 하는 노력 또한 부족했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학과, 다른 학교에 다시 도전하고 있으며, 아마 또 다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의 유실은 학생들 본인에게도 큰 손실이고, 학교에도 재정적으로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그 결과 교수들의 job security에도 결국 영향을 끼치게 된다.)

놀라운 것은 (또는 정황상 너무 당연한 것은) 학생에 대하여 care/serve 하는 방법을 학교를 직장으로 삼고있는 구성원들(교수, 직원)이 잘 모르거나 알아도 잘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나마나, 학생들 보기엔 나도 그런 측면에선 크게 부족한 교수 중의 1인 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방면에 선천적인 자질을 가졌거나, 정말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신 훌륭한 교수님들 몇분도 계시는데 그 분들은 예외다.

학생을 care하고 학생에게 serve 하는 것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임에도, 교직원들이 그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대학들은 잘 하지 못했다. (최근엔 학교마다 CTL-교수학습센터-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 을 두고 teaching 자체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고는 있지만, 인간적 영역을 포함하는 care/serve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훨씬 어렵기도 하다.) 잘 생각해보면, 교수란 직업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care하는 것이 주 업무 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수는 그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세상의 모든 직업 중에 '직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거의 유일한 직종이 교수이다. (연구가 교수의 주 업무인 일부 학교도 있지만, 그들 역시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배움을 이끌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4,5백만원이 넘는 가격표가 붙은 '한 학기'라는 상품을 6개월마다 구매해주는  학생들 개개인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이해를 위한 상담과 같은 제도도 일부 있으나 학생도 교수도 잘 활용을 하지 않았으며, 그 이해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교수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또 학생 개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제공되기 어려운 제도적 맹점도 있는 듯하다.


좀, 아니 많이 바뀌어야 한다.


비교적 수동적인 삶을 20년 가까이 살아온 학생들에게, 자신(또는 부모님)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인, 학교에서 자신이 가진 권리가 뭔지, 뭘 주장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교수, 직원 등 학교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그들의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또 그 월급의 지속 가능성이 어떻게 확보될지에 대해서도 잘 알려야 한다.


그리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교직원들이 학교에 처음 발을 디딜 때 품었던 꿈들을 이루고, 그 때의 결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뜩이나 잘 변하지 않는 시장인 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재미와 보람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professional한 직업인으로서 스스로의 기여에 만족해야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다. 또 자신이 일하는 영역 (교수의 전공 영역, 직원의 업무 영역)에서 학생을 포함한 광범위한 고객(산업, 커뮤니티, 사회 등등)에 대한 serving을 하면서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학교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교직원의 그런 활동은 어쩌면 그 직업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지원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세상이 바뀐만큼 교수의 R&R (Role and Responsibility)에 대한 정의도 다시 해야한다. 교수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가될 때, 항상 인센티브 이야기가 같이 나온다. 물론 그래야 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R&R을 새로 정의하고 지속적으로 바꾸어감이 옳다. 즉 교수나 직원이 원래 했어야 할 일(즉 월급에 포함된 일)에 대한 범위를 잘 정해야 하고 그것을 진짜 해야한다.


대학의 교직원도, 단골이든 첫 고객이든 고객을 잘 모셔야 월급이 나오는 직업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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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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