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사한 다른 좋지 않은 것들로 비슷한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전 지구적인 빅이벤트 시기를 지나고 있다. BC/AC (Before Corona, After Corona)로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BC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거나 돌아갈 수 없고, AC는 아득하다. 이제 DC(During Corona)만 있을거다. Resilience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정신 차리자. 단언컨데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 윌리업깁슨, 위키피디아 >

예전에 윌리엄 깁슨이 그랬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라고.  이번 시기를 지나면서, 이미 느끼고 있던 그 미래, 와있기는 했지만 느끼지 못했던 미래,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무엇인지 각자의 영역에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미래에 대한 생각이

  • 기술 자체일 수도 있고,
  • 배우는 방법일 수도 있고,
  • 일을 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 국가적 거버넌스일 수도 있고,
  • 각자 삶의 우선순위일 수도 있고,
  • 이 모든 것에 대한 관점일 수도 있다.

이미 몇 달이 지난 DC 시대를 맞아 아직도 늦지 않았기에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1. 수요자 관점에 더 집중해야한다.
  2. 진정한 게임 체인저를 확인해야 한다.
  3. 잘못 부여되었던 가치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4.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5. 좋은 거버넌스가 무엇일까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하다.

다양하지는 않지만, 그간의 현상들에 대한 예를 들어, 위 각각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수요자 관점

온라인 교육이 당장 문제로 떠올랐다. 과연 공급이 가능한가?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사실 공급자의 관점은 예전에도 계속 있었다. 잘 구현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에 대규모 온라인 서비스가 필요하면서 우선 아쉬운대로 급하게 대처된 부분이 많다. 그리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아마도 엄청난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모양이다.

문제는 교육의 수요자/수혜자인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실험적이지도 않고, 일시적이지도 않은 DC의 새로운 환경에서 효과적인 교육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과 방안 제시가 더 필요하다. 마땅한 방안이 없다면 다양한 교육/학습 모델 실험 계획이 있어야 하고, 결과를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인문-예술-수학-과학-공학-사회-체육 등 모든 주제와 그들의 융합 주제, 다른 축으로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 다양한 수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축인 학생들의 변화된 개별 및 그룹 학습 방법을 놓고, 그들이 배웠어야 할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과 그 방법에 필요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

< EBS 온라인 클래스 , 홈페이지>

이번에 온라인 강의로 대거 바뀌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고, 어뷰징 이슈들도 나왔다. 하지만 강의 중심 강좌의 경우, 강의의 품질이 더 좋아졌다는 관찰이 많다. 선생님들 교수님들이 시간을 더 쓰셨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간을 더 쓰면, 더 노력을 하면 강의는 좋아진다. 이 장면에서 선생님들 교수님들이 배워야 할 교훈은 “아~~ 시간을 쓰면 ‘강의’가 좋아지는 구나” 가 아니다. “분명 나 보다 더 좋은 전달력이 있는 ‘멋진’ 동영상이 있을 거다.”라는 깨달음이다. 그 결과, 나보다 잘한 그 ‘멋진’ 강좌를 학생들이 먼저 보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과 실습, 프로젝트 등의 경험으로 지식을 체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다. 

2. 진정한 게임 체인저

사회적 거리두기, 심지어 Lock-Down으로 많은 영역의 수요에 한파가, 그리고 제조 자체가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수요 감소는 공급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또 공급의 감소는 원료와 장비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Global Value/Supply Chain이 변하고, 일자리에 문제가 생기고... 끝도 없는 순환이다. 또 완전 반대로 비대면 소통, 온라인 상거래 영역의 사업은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0년 3월 온라인 쇼핑 증감, 통계청, 한겨레 신문

문제는 거시적으로 ‘파이가 커지거나 작아진 것’ 자체보다는 ‘세부적 상황 변화에 따른 파이 크기의 변화’, ‘파이의 토핑 또는 메뉴 자체에 대한 선택이 완전 달라졌거나, 없어진 것, 전혀 새로운 메뉴가 생긴 것’, ‘원래 그래야만 했던 것’, ‘완전 대체가 가능했던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개인 또는 집단의 판단 기준이 여러 번 바뀌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변화의 원인과 결과 구분을 잘 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될 힘든 DC 시기에 다들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플랫폼’ 비지니즈의 승자가 되거나, 적어도 루저가 안 되는 길이다. 새로운 게임판에서 이기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또 자율주행, 원격의료, AI/ML, Cloud, 개인정보에 기반한 기술 등이 신상 기술들이 게임체인저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을 해야 하는 거다.

3. 잘못 부여되었던 가치

BC 시대에도 화상회의가 있었지만, DC 시대에 출장과 오프라인 미팅이 없어지거나 완전 줄고 화상회의, 재택 근무가 늘었다. 아직 DC 시대를 온몸으로 인정하기에는 이른지 conference, community meetup과 같은 행사에서의 offline networking에 대한 가치 재평가는 아직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제 face-2-face meeting과 office에 출근해서 하는 근무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각자 속한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근로자 입장에서의 가치 평가도 필요하다. 화상회의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전 offline 미팅보다 노동(?)의 강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느꼈을 것이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이전과 왜 다른지를 생각해보자. 또 (해외) 출장이 과연 보상으로 동작하는 면이 있을까? 재택 근무는? 엄청나게 회자되던 워라밸(work-life balance/harmonry/integration)은? 재택 교육/근무로 달라진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노동)은?

< Zoom 화상회의를 통한 수업, news1 >

일자리 자체에 대한 가치 평가도 중요한 이슈이다. 일자리가 내가 원한다고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DC 상황에서도 월급이 잘 나오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원래 수입이 많았던 것 경우와 아니었던 것 경우의 삶의 품질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즉, 각자 하고 있는 노동의 가치를 노동을 제공하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 월급을 주는 조직의 수익 관점에서 다시 정의해야한다. 조직이 망하면 그 안의 나도 망하기 때문이다. 노동을 보는 관점의 변경은 새로운 계층 간 격차로 또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Lock-down, 기본소득, 개인정보 등등 정치적이기도 하고, 경제적 영향도 큰 행정 행위 및 제도, 데이터 등에 관한 가치도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가치의 조정에 따른 사회적 제도의 balancing도 다시 필요하다.

4. 당연함과 당연하지 않음

경기 하락 예측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원유값이 진짜 마이너스로 내려온 순간이 발생했다. 준비 못한 Trading System들이 장애가 났다. 뉴저지주에서는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자 이를 처리하는 40년 된 메인프레임이 다운되면서 이를 고칠 Cobol 개발자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전 지구적으로 우리가 당연히 누리던 많은 유무료 서비스들이 한 방에 날라가거나 금지되는 경험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사재기도 심했다. 의료서비스도 우리가 늘 보던 그런 의료서비스가 아니었다. 학교도 우리가 생각하던 그 학교가 아니었다. 국가와 국가, 국가와 시민 등의 관계도 우리가 생각했던 그 당연함과 거리가 있었다. 당연히 가짜 뉴스여야 하는 가짜 뉴스도 아닌 듯 보이기도 했다. 공인인증서는 예나 지금이나 나를 증명하지 못해 선거에 사용될 수 없었다.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많은 자원봉사, 시빅해킹그룹, 그리고 기업들의 사회공헌적 노력으로 여러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되는 경험도 했다. 감사하지만, 아직 많은 것들이 ‘당연히’ 동작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 코로나 맵, coronamap.co.kr>

DC 시대에 들어서, 한 때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Y2K 문제처럼, 호들갑스러웠지만 에측가능했던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제 뭔가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정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들어야 한다.

결국,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당연해지지 않으면? 전기/수도/가스 등 생존에 필요한 자원 서비스가 당연해지지 않으면? 교통시스템/물류가 당연해지지 않으면? 에 대하여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 당연한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늘 재난에 대비해야하는 법이지만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가 또는 특정 지역 규모의 준비도 필요하고, 이제는 작은 조직 단위에서도 당연한 것들이 무너질 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얼마나 기능적으로 효과적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쟁’처럼 통상적으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인적 동원 중심의 예비군이라는 조직이 있다. (여러 나라들이 국경을 먼저 봉쇄하는 걸보면) 전쟁보다 무서운  DC 상황에서 동작하는 기능별 (소프트웨어 개발, 의료 지원, 임시 시설 구축, …) 국가적 동원 체제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5. 거버넌스

BC 시대와 DC 시대에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모두가 느낀다. 대한민국이 갑자기 선진국이 되었다. 사실 워낙 몇 년 전부터 선진국이었는데 이제야 느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던 더 몇 년 전 우리에겐 이것이 메르스다 하면 그것이 아무리 격리를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메르스를 극복할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 고 말을 했던 지도자가 있었다.

<출처, 연합뉴스>

반면에, 우리나라가 이번 사태에 보여준 대처 노력은 국제적 모범이 되었다. 거버넌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더 많고 빨랐을 수도 있었다. 교육부의 개교 연기 결정 과정에서 보인 미적거림, 신천지 조직에 대한 지자체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불협화음, 가장 최근의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이슈를 보면 권력의 원천 (선출된 권력 vs 시험봐서 얻은 권력), 의사결정의 과정에 대한 새로운 틀과 관점도 필요하다. 당연히 결정권자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포함한) 판단력도 중요하다. 규모위 문제일 뿐, 기업도 같은 상황이다. 국가나 이 급변하는 환경에서의 기업 모두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시기가 되었다.

* 결론.

다시 Before Corona로 돌아갈 리는 만무하고, After Corona는 오지 않는다. 그냥 계속 During Corona다. 그 원인이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뿐.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어려운 시기에도 그럭저럭 살아가거나 더 잘 살 수 있는 근육을 지금이라도 키워야 한다. 그간 많은 자원을 들여 만들었던 기술들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작전도 필요하고, 그간 많은 고민을 했던 사회 제도들이 사람들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과감한 실험이 빠르게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 즉,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서 나오고,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대한 정리도 다시 필요하다.

*

ps. 사족

  •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은 꽤 유효했었다. 다만 온라인이란 수단에 참여가 없던 것이 문제였지.
  •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심각한 문제들이 꽤 있었다. 다만 그 문제에 대한 심각함에 대한 논의가 없던 것이 문제였지.
  •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영웅과 똘아이는 꽤 많았었다. 다만 그들이 커밍아웃할 기회가 없던 것이 문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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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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