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이야기

DHU를 빙자한 교육의 비용모델

hl1itj 2019. 6. 2. 08:58

2005년에 설립된 일본의 ‘디지털 할리우드 대학’(DHU) https://www.dhw.ac.jp 에 관한 기사가 요즘 좀 나온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5/358703/ Ecole42, 미네르바 대학과 함께 이들은 우리의 role model인가?

롤 모델이 되려면 잘하나 못하나, 따라할 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잘하나 못하나를 따지는 것은 매우 아렵다. 철학이 중요하다. 또 그 철학이 놓인 사회적/산업적 환경도 그 만큼 중요하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다니고 있는 학생, 졸업한 학생들을 많이 만나봐야 한다. 

 

따라할 수 있는가는 좀 다르다. 그안에 일하는 사람, 즉 공급자 관점이 중요하고, 돈이 중요하다.

Ecole42, 미네르바는 피상적이지만 워낙 많이 언급되었고, DHU는 최근에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잘 나가는 학교임에 틀림없으므로 좀 따져보자. 이글의 관점을 좀 정리하면, 어느 포인트에서 학교의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 가이다. 그리고 그 돈의 소스가 어디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학교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모든 학교가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일반적인 비용 모델은 학교를 준비하는 비용, 교육을 계획하는 비용, 학생을 뽑는 비용, 교육 행위를 실행하는 비용을 구분할 수 있다. 학교를 준비하는 비용은 초기 부동산 비용이다. 사실 이 부분은 임대를 하던 매입을 하던 정부/뜻있는기업/숨었던김밥할머니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부분만 생각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의 비용 모델

에꼴42의 경우 1차 선발-피씬(piscine) 과정을 거쳐 '지가 알아서 공부할 수 있는' 애들만 뽑는다. 그래서 교육 부분에 비용이 적다. 미네르바는 온라인이기 때문에, 보통 대학보다 교육 과정의 scalability가 높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일반 대학은 교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계획 비용이 적고, 입시도 적당히 객관적 잣대로 뽑고, 대신 교육에 돈을 많이 쓰다. 요즘에 보통 대학의 모델에 대한 의문이 많은 이유는 학생들이 교수에게서 보다 잘 배울 수 있는 소스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DHU는 홈페이지 분위기 상 구조적으로는 '약간 특별한 커리큘럼을 가진' 그냥 대학으로 위 '보통 대학'의 비용 모델을 따른다. 홈페이지 https://www.dhw.ac.jp 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팩트들은 다음과 같다. (홈페이지 안에서도 약간의 숫자 차이가 보이는데 대세에 지장이 없다.)

 . 2004년 설립, 4년제, 124학점 졸업
 . 단일학부 단일학과 (디지털커뮤니케이션학부, 디지털콘텐츠학과)
 . 편제 재학생 1,000명 (실제로는 1100명 수준)
 . 교수 166명 (2014년 기준, 전임교원 34명)
 . 등록금 1400만원/연
 . 대학원 과정도 운영

이제 따져 보자.

이 학교의 아주 짠돌이 모드 운영 비용.

- 인건비 : 110억
    . 교원의 35% 정도를 전임교수로 보고, 연봉 1억원, 45억원
    . 나머지 비전임 연봉 3천만원, 35억원
    . 직원 20명, 5천만원, 10억원
    . 위 인건비 오버헤드 20%, 20억원
    . (인건비 관련해서는 미약하나마 저 아래 근거가 좀 있다)

- 운영비 : 30억
    . 토쿄의 고급진 곳에 있는 부동산 유지 
    . 전기/물/난방/통신 등 유틸리티 비용

===> 여기까지가 130억이고 절약이 안되는 비용

- 기타 : 20억
    . 홍보/교류, 학생 복지, 행사
    . 각종 위원회, 위험 회피 비용

==> 하면 150억이 경상비 성으로 들어간다.

이 학교의 1년 학부 등록금 수입은 년간 140억 쯤 되고, 대학원 포함해서 10억쯤 더 들어온다면 (장학금은 없다고 치자) 지금까지의 모든 비용이 커버된다. 즉 실제 직접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안 나온다. 

이 학교의 등록금 구조에 보면 대략 연간 400만원 정도 실습-설비비로 책정되어 있다. 착하게도 그걸 다 쓴다면. 위와 같은 보수적인 산수에도 딱 그만큼, 해마다 40억이 적자인거다.

그걸 어디선가 땡겨와야한다.
정부/외부에서 150억 수준의 사업을 수주하거나 (사업에서 30% 정도 남기기 쉽지 않다.)
등록금을 1,800만원 수준으로 올리던지.

 

-- 좀 더 현실적인 산수는 더 복잡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대학생 1명을 졸업시키는데 대학의 비용이 적은 곳은 4천만원, 많은 곳은 9천만원쯤 된다. 즉, 등록금의 1.3배 ~ 2배쯤 된다 (당연히 좋다고 소문난 학교가 비용을 많이 쓴다). 등록금을 제대로 받는 외국의 경우도 등록금 대비 교육 비용 (졸업생 수로 대학의 예산을 나눈 금액) 거의 마찬가지 이다.

등록금 말고 남은 돈을 어디선가 조달해야한다는 거다.

 

이 모든 산수는 초기 설립 비용 (부동산 및 설비, 행정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제외한 이야기 이다. 부동산 비용은  예상하듯이 장난이 아니다. 설비비 장난이 아니다. 전산 시스템, 웬만한 대학 수준의 시스템에 아무리 아껴도 SI 사업에 50억 이상 든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같은 복잡한 학교 시스템에서는 대형 대학의 경우 SI에 150억 이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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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임 교수 1인당 연봉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8956129
[2] 학교 예전 통계에 근거하여 전체 교수의 35%를 전임 교수 산정
[3] 비전임 교수 연봉 : http://m.pressian.com/m/m_article/?no=92617#08gq
[4] 보통 대학이 학생 당 35-50명 직원 1명 수준인데, DHU는 엄청 효율적이라고 산정 https://khei-khei.tistory.com/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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