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공유 서비스에 대하여.

hl1itj 2019. 6. 12. 13:24

공유 서비스, 공유 경제 이야기가 많다. '공유'는 Sharing 이란 '영어' 단어의 한국말 표현으로 번역을 하다보니 어쩌다 선정된 단어이다. 아마도 '잠시 빌려준다'는 개념이 더 강한 share 라는 말이 '같이 소유한다'는 의미의 공유가 된 순간 모든 혼란이 시작된 듯 하다.

 

그냥 창업시즌을 맞아 쓴 글의 세번째 글이다. 두번째 글은 다음에 있다. https://hl1itj.tistory.com/196 첫번째 글은 두번째 글 안에 링크가 있다.

 

돈의 관점에서 플랫폼의 이해

창업을 하겠다는 제안을 들어보면 다들 플랫폼을 외친다. 좋은 이야기 인데, 플랫폼이 뭔지에 대하여 이해를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을 수입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이글에는 어떻게? 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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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란 무엇인가?

 

먼저 다음 사진을 뚫어지게 보자.

그 유명한 진짜 공유. (드라마 한장면)

소유할 수 있는가? 가끔 빌리는 거지.


같이 소유하는 거? 세상에 많지 않다. 진짜 법적인 공유는 정말 거의 없으며, 느낌 상 같이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거의 없다. 그래서 공유라는 단어가 적합하지는 않다고 하는 것이며, 이 글에서 말하는 공유 서비스는 법적 소유권, 느낌적으로 찐한 공유는 없어도, '잠시 빌려쓰는데, 좀 싼 것 같아' 느낌의 서비스를 말한다.

빌려 '쓰는'이 아니고 빌려 '주는' 개념의 공유도 있다. 이른바 '품앗이' 같은건데 유사이래 그런 서비스가 '재화'와 엮여서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유의미한 규모로 올라온 사례는 없어보인다. 그냥 아름다운 사회 현상일 뿐이다. 이런 아름다운 공유는 동산, 부동산 같은 유형의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대상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서비스 플랫폼의 존재 여부와 공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호텔 예약을 중계하는 서비스를 공유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공유 서비스를 하려면 뭔가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음으로 양으로 진행 중인 사업들이 공유인지 내 맘대로 분류해보자.

 

  • TADA는 공유인가? : 잠시 빌려쓰는거 맞다. 내 차가 아니니까. 더구나 차 말고 기사까지 빌려쓰는 거다. 절대적으로 싸지는 않지만 아직 가성비는 나쁘지 않다. 내 기준에 따르면 간당간당한 공유이다. 가격이 더 오르면 아마 공유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 같다.

  • SOCAR는 공유인가? : 조금 긴 잠시 빌려쓰는 거 맞다. 가성비 나쁘지 않다. 내 기준에 따르면 공유다. 기사 안 딸린, 그래서 내가 힘을 쓰는 TADA로 볼 수 있다.

  • 카풀 서비스들은 공유인가? : 이건 빌린다기 보다는 얹혀가는 개념으로 '재화'가 개입된 '품앗이'에 가깝다.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그러므로 공유로 분류될 수 있다. 

  • airbnb는 공유인가? : 빌려쓰는거 맞다. 우리집이 아니니까. 가성비는 예측가능성이 낮다. 내 기준에 따르면 공유가 아니다. 민박을 공유라고 하지 않는 것 처럼 이것도 공유가 아니다. 

  • WeWork는 공유인가? : 우리집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잠시 빌려쓰는 것 같지가 않다. 가성비 잘 모르겠다. 이건 공유와 완전 상관이 없다. 그냥 스타벅스와 비슷한 부동산 임대업이다. 임대 기간이 커피사는 주기보다 꽤 길 뿐이다.

TADA와 SOCAR는 법적으로 렌트카 업체이다 (마이크로-렌트). 그렇다면 기존의 다른 렌트카 업체가 차를 초 단기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 내 기준에 의하면 그냥 그것도 공유다.

 

공유 서비스는 과연 혁신적인가?

 

세상 모든 것에는 trade off가 있다. A가 좋게하면 B가 나빠지고, 그래서 B를 좋게하면 거꾸로 A가 나빠지는 관계이다. 내가 보는 혁신이란 A와 B를 동시에 좋게하는 기술이나 방법론을 말한다. 또 다른 혁신은 소위 말하는 '게임 체인저' 인데, 문제의 본질(다시말하면, 가치의 산정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위에서 공유로 분류한 TADA, SOCAR, 카풀서비스 (공교롭게도 모두 요즘 문제가 많은 택시의 대안 서비스들이다)에 혁신이 있는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혁신이라기 보다는 가성비에 둘러쌓인 편리함으로 보인다. 전화로 예약하다 앱을 쓰는 비행기 예약 시스템처럼 그냥 빌려쓰기 편한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편리함의 수준이 과연 게임체인저 급 인가? 난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정의는 각자가 하는 것이고, '공유'와 마찬가지로 '혁신'도 마케팅 용어이므로, 동의는 안되지만, 자기가 공유라고 또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는 뭐라 할 수는 없다.

 

공유 서비스는 사회에 경제적으로 득이 되는가?

 

득이 된다는 것은 기계적으로 따졌을 때  (이득 - 비용)이 플러스인 상태를 말한다. 시장이 의미 있게 커져 사회 전체의 경제 규모를 키운 것도 득이라고 볼 수 있다. 위 공유로 분류된 것들 가운데 TADA의 이득과 비용을 따져보자. 현재의 TADA 서비스는 시장 점유 측면에서는 미미하기 때문에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고, 진짜 잘 되어 더 점유율이 높아졌을 때를 가정하자. (지금 택시 업계와 TADA와의 갈등도 그때가 올 것을 가정하여 생긴 갈등이다.)

이득 : 사용자 편의의 증가. TADA 기사로 인한 고용의 증가. 자동차 구매에 의한 내수 확대. 택시와 TADA 승차 대기 시간 차에 대한 기회 비용
비용 : 택시 면허 가격 하락에 의한 재산 감소, 택시 종사자들의 실직, 차량 증가에 따른 공해 증가와 교통 혼잡.

 

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맞는 산수일까? 시장 규모(택시 수요)가 커지지 않으면, TADA와 택시의 시장 점유율만 바뀌는 것이므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택시 기사가 TADA기사로, 없어진 택시가 TADA 차량으로 바뀌고, 공해와 교통 혼잡은 같고 (같은 차라면), 택시 면허 가격 하락에 따른 일부 그룹의 일시적인 손해 이외에는 차이가 없다. 지금 택시와 TADA의 서비스 품질 차이는 그냥 가격이 만든 환상일 뿐이다. 혹시 TADA 때문에 택시 시장이 커졌나? 아니다. 혹시 커졌다면 대중 교통 이용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사회적으로는 비용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TADA 같은 공유서비스가 사회에 도움이 되었는가? 나의 답은 아니오 쪽에 가깝다. 굳이 득이 되는 포인트가 있었다면 우리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택시'의 문제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 정도이다.

 

* 요즘 TADA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할 수 없이 정리를 해보면 내 입장은.. TADA는 택시 면허사는 비용으로 새 차 뽑아 새 기사 고용한 뒤, 요금 좀 더 받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냥 택시 회사로 보인다는 거다. 나도 종종 이용한다. 그 편리함에 돈 더 내는 것이 별로 아깝지 않다.

* '제대로 하는' 카풀 서비스는 TADA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기가 가는 길에 진짜 동행을 하는 것에 한하여, 택시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시간만 허용하는 등의 적당한 규제를 통해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 없이 '득'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의 문제는 '제대로 하는'과 '적당함'에 대한 합의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아마 영원히 안될 거다.

*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유'라고 주장하는 서비스들이 좀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런데 아직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안보인다. 그런 훌륭한 서비스를 하고 계신다면 이 글에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내 분류 기준에 맞고 의미있는 "규모의 경제"에 이르렀다면, 이 문단 바로 아래에 링크와 함께 추가를 해드리겠다. 

 

사업자 입장에서 공유 서비스는 돈을 만들 수 있는가?

 

거시적으로는 혁신이 없어도, 또 사회적으로는 똔똔이거나 약간 손해라도, 사업자 관점에서는 '잠시 빌려쓰는데, 좀 싼 것 같아' 느낌의 서비스가 '돈'이 되면 그것도 OK이다. 즉, '다른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혀서 돈을 벌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과연 돈을 벌 수 있는가? 이다.

규모있는 공유 서비스는 '빌려줄' 재화를 확보하는데 엄청난 돈이 든다. 그리고 그 재화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공해 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드는데 또 엄청난 돈이 든다. 여기까지는 100% 선투자가 필요하다. 거기에 플랫폼 상에서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구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는데 적지않은 비용이 든다. 카풀 서비스나 우버같이 '빌려줄' 재화를 서비스 공급자가 들고 오는 경우에는 재화 확보 비용은 줄지만, 플랫폼의 지속가능성 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지속성 유지 비용이란 남들도 진입이 쉬워서, 독점적 상태에 이르기까지 공급자 물관리, 경쟁자 죽이기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 엄청난 투자와 비용을 시장에서 뽑으려면 상당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한다. 매출로, 그리고 점유율에서 기인하는 데이터를 팔아서 그 비용을 대기 쉽지 않다. 플랫폼 사업이라는 것에 대하여는 이 글 씨리즈의 두번째인 https://hl1itj.tistory.com/196를 보자. 대부분 공유서비스라고 주장하고 실제 공유로 분류될 수도 있는 규모있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대규모 적자를 헤매고 있다. 틀릴 수도 있지만, 흑자로 돌아 설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공유서비스 사업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의 모든 어려움에 '공유'라는 어려움을 포함하는 훨씬 어려운 사업이다.


* 요약하면

자기가 하는 서비스가 진짜 공유인지 아닌지 잘 생각해보자. 공유가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유는 공유이고 혁신은 혁신이다. 투자자는 속지 않는다. 자신의 서비스를 '공유'로 잘 설명하고 포장하는 것은 그냥 마케팅의 일부이므로 잘 생각해보고 알아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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