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관점에서 플랫폼의 이해
창업을 하겠다는 제안을 들어보면 모두들 플랫폼을 외친다. 좋은 이야기 인데, 플랫폼이 뭔지에 대하여 이해를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을 수입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이 글에는 어떻게? 에 대한 답이 없다. 그냥 플랫폼 이야기다.]
이 글은 창업시즌을 맞아 쓴 글의 두번 째 이다. 첫번째 글은 다음에 있다. https://hl1itj.tistory.com/193
먼저 아래 그림을 보자.
보통 돈을 번다는 것은 시간(에 따른 노동)을 돈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더 열심히 일하거나, 더 많은 사람이 일할 때 거의 비례해서 매출이 올라간다면 모두 시간과 돈을 바꾸는 '불쌍한' 영역이다. 노동의 신성함과 상관없이. 당연히 개인이라면 최저 임금 이상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회사도 월급 줄 돈을 벌어야 "노예의 영역"에서 벗어난다. 우선 자기 사업이 그런가 보자.
금수저가 아닌 이상 조금 일하고 또는 일 안하고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 일을 조금 밖에 안했는데, 돈을 많이 버는 영역은 대개 사기꾼의 영역이다. 즉 엄청난 정보(또는 인적 네트워크)의 비대칭을 극복할 방법과 정보가 비대칭하다는 것 자체와 자신에게 솔루션이 있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재능이 필요하다. 무기 거래, 법조계의 전관 예우, 정치에서 벌어지는 국가의 수익모델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가 사는 양지의 세상에서 그런 영역은 이제 거의 없다.
금수저 영역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건물주처럼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노동(그마저도 외주를 줄 수 있지만)으로 높은 수입을 기대하거나, 그 관리도 싫은 다이아몬드 수저라면 이자로만 즉, 가끔 은행에 가서 커피 마셔주는 수준의 노동으로 많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금수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노동 시간과 수입이 비례하는 사업이나, 월급장이 영역도 제외하고, 사기성이 농후한 뭔가도 제외하면 남는 건 플랫폼 영역이 들어있는 중간 밖에 없다.
뭔가 사기 캐릭터스럽지만 '로버트 기요사키'가 주장한 최고의 수입은 '내가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들어오는 수입'이라고 했다. 플랫폼 사업은 궁극적으로는 그 무노동 수입을 추구한다. 플랫폼(Platform)은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판판한 바닥이다. 적은 노동으로 꽤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노동이 부가되면 그 수익도 조금 높아지지만, 실제로는 수익보다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비슷한 수입으로는 저작권/특허/셀럽 처럼 재능에 기반한 수입이 있는데 처음에 재능이 발견되고 인정받을 때까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당연히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운도 필요하다). 보통은 재능이 유효한 수입을 만들어내는 유통기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도 그렇다. 초기에 투자가 필요하며, 완전한 무노동은 안되고, 지속적인 노동이 조금은 필요하다.
문제는 초기 투자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이름이 가장 많이 인용된 사업은 '네트워크 마케팅'이다. 네트워크가 플랫폼이고, 네트워크의 하부 구조의 '영업' 행위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상부에서 따먹는 구조이다. 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재능이 든다. 모든 네트워크 마케터들이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등 최상위 레벨로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 노력의 규모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에 보면 궁극의 수익모델은 건물주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플랫폼 구축과 유지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단지 플랫폼을 '금수저 영역'으로 들어가는 디딤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창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제가 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돈을 벌 수 있게 하는게 제 비지니스 모델이예요' 이게 상당히 많은 창업자들의 주장이다. 특정 영역의 정보격차가 내가 만든 사이트(즉 플랫폼)에서 해소되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져야 가능하다. 그들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는 '아레나'로서의 내 사업(사이트, 플랫폼)을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인지시키고, 온전히 이용하게 하는데까지는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플랫폼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접근하는 공급자와 그 공급자의 고객인 수요자가 내 플랫폼 위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안전해야 한다. 플랫폼이 어느날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인 '안전함'은 진정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냥 비용이다. 그리고 자유로움은 플랫폼 초기에 플랫폼 사업자인 나와 이익 상충을 일으키기 쉽상이다. 내 가게에 온 손님이 내가 파는 것과 유사하거나 우월한 물건을 팔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손님의 손님이 많아지면 독립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불안감의 적당한 제어..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플랫폼은 독점적일 때만 의미가 있다. 독점적이라는 것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비용이 많이 든다. 독점적이려면 우선 여러 관점에서 우월해야 한다는 것이며, 동시에 나만큼 우월해질 가능성이 있는 다른 경쟁자를 시장에서 몰아내거가 의미없는 수준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확실한 플랫폼인 메신저를 보라. 한 나라에 대표 메신저가 하나인 것이 그 독점의 명백한 예이며, 그 독점 상태를 만들 때까지 든 비용을 생각해보자.
플랫폼 사업을 먼저 하는 애들을 보자. 이미 큰 규모의 플랫폼을 이룬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이 적자를 헤매고 있다. 아직도 그 플랫폼 위에서 노는 충분한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이지 않았거나, 그들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떼어주는 재화(돈, 데이터)가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보다 적다는 의미이다. 결론은 플랫폼 구축에 들어간 빚 다 갚고, 직원들 월급도 다 주고, 비용 다 쓰고, 수익이 남아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거다. 그 때까지는 재귀적인 솔루션 밖에 없다.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자는 뭘 보겠나? 정말 플랫폼스럽게 보일 때까지 들어갈 돈을 본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나를 본다 (이 장면 또한 재귀적이다). 또 창업자가 그의 플랫폼 위에서 돈을 벌 공급자와 또 그 플랫폼에서 돈을 쓸 수요자 모두를 설득할 수 있나를 본다. 그리고 그 수요자들이 쓸 수 있는 돈의 규모를 본다. 요즘엔 플랫폼에서 플랫폼 운영자가 모을 수 있는 데이터들의 가치도 본다. 그리고 그 운영자가 플랫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모든 산수를 하고 있는지를 본다.
정말, 알고 플랫폼을 하겠다고 하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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