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국정보과학회 뉴스레터 427호 (2011년 6월 22일자) 전문가 광장/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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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후,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단어는 「생태계」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생태계가 있었으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생태계의 강자와 키워드들이 예전과 사뭇 달라진 탓이다. 이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 논의의 주요한 내용은,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소기업들이 큰 성공을 이룰 때까지 지원하는 메커니즘이 우리나라에서도 동작하는가 ? 등이다.

 

예전과 달리, 정부가 이 생태계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시장을 만들거나, 깊이 관여할 수 없으며, 어설픈 정책은 진정성 있는 개발자, 회사들에게는 오히려 규제와 오버헤드로 동작하기 쉽다. 새로운 생태계는 철저하게 시장 주도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공정한 시장이 되도록 하는 관리, 정보의 공개, 장기적인 R&D가 필요한 기초 연구에 대한 지원, 시장 예측에 따른 장단기 인력 양성 수급 정책의 수립일 것이다.

 

어떤 생태계에서도 기업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이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와, 이전에 피쳐폰을 지원하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스마트폰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적정한 개체 수에 의한 순환에 의해 담보된다. 현재의 상황은 인력, 기술, 이익의 대기업 집중 현상이 과도하다는 것, 즉 생태계 피라미드 위쪽의 포식자인 대기업이 너무 강해 아래 쪽이 망가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위쪽 포식자까지 굶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양상이다. IT 생태계에서 이는 갑을 관계를 파트너십 관계로 바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파트너인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쌓고, 특화된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그 기술을 자기 제품의 혁신을 이루는 재료로 사용하여야 한다. 공정한 시장이란 특히 약자로 분류되는 중소기업들이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노동이 아닌 기술, 상품의 형태로 제 값 받고 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이런 공정 시장은 시장이 원하는 기술이 금전적으로 보상된다는 확신을 가져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고, 투자를 활성화한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올 4월까지 70개의 스마트폰 앱을 직접 만들었다. 평균 개발비가 수천만원에 달했지만, 대부분은 다운로드, 이용자 수가 형편없이 낮다. 정부의 역할은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의 공개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지리, 교통, 인구, 산업, 재해, 기상, 범죄 등 정부가 보유하고, 법적으로 공개 가능한 각종 실시간, 비실시간 정보와 DB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또는 효율적인 Open API 형태로 공개하여야 한다. 그 다음은 민간의 몫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고, 가공하고, 매쉬업 하는 등 다양한 응용과 서비스가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에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나타나 생태계는 풍족해진다.

 

2010년 1년 동안 수 만 명이 스마트폰 앱 개발 강좌를 들었다고 한다. 정부는 앱 창작터 사업에서만 2012년까지 앱 개발자 1만 명을 양성하고, 주요 이동통신사들도 각 사별로 해마다 4~5천 명씩을 교육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몇몇 대박 앱을 제외하고는 유료 차트에서 상위권에 있는 앱이라 해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입이 있을 뿐이며, 광고도 천만단위의 뷰가 있어야 간신히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앱 판매나 광고 수입보다는 수 없이 많은 스마트폰 앱 대회에 출전하여 상금을 타는 것이 더 쉽게 돈 버는 방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 정도면, 정부가 추진하는 앱 교육을 통한 1인 창조기업 모델은 방향을 많이 바꾸어야 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활동이 시작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실리콘밸리의 Y Combinator와 같은 시스템이 우리에게도 활성화되어야 하다. 2005년에 생겨 이미 300개 이상의 회사를 키워낸 Y Combinator는 적은 금액의 투자를 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대로 된 상품 또는 서비스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하지만 개발자들에게는 부족한 부분들을 지원한다. 즉, 창업자들의 빠르고 올바른 의사 결정을 도와 회사들이 성공적으로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의 벤처캐피탈들은 지난 10여 년 전 소위 말하는 벤처 붐 때와는 달리 크게 몸을 사리고 있다. 엔젤 투자라는 개념은 없어진지 오래고,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다고들 한다. 지금은 세금으로 앱 개발자 교육과 엔젤 투자 성격의 R&D 자금을 제공하고, 기타 대부분의 기능은 창업자가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 주인데, 좀 더 공격적인 민간 자금, 민간 전문가 주도의 다양한 인큐베이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 아내가 사용하는 모 회사의 스마트폰을 새로운 펌웨어로 업그레이드 했다. 좋아진 면도 있지만, 배터리가 이전보다 매우 빨리 닳는 현상이 발생해서, ‘100% 확신은 없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띄워서, 뒤에서 돌고 있는 앱들을 끄면 조금 나아질 거야’라고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 해결 방법에 대하여 아내에게서 돌아온 답은 의미심장했다. '이 비싼 걸 편하자고 샀는데, 돌봐주기까지 해야 해 ?'

 

첨단 기술과 인문학적 가치들의 종합선물세트인 스마트폰은 기능적으로는 매우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기술적으로는 너무나 복잡하고, 그러면서도 고품질을 요하는 장치로서 IT 산업의 중심에 있다. 이런 스마트폰의 정체성은 앞에서 언급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과 함께, 우리 교육이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문제는 한마디로 어렵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과연 이런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 ? 또 우리들은 과연 이 시대에 맞는 인력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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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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