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창업 정책은 (R&D정책과 함께) 일자리 (실업) 정책과 혼동되었다. 창업을 한 결과 일자리의 이동과 밀어내기의 비중이 컸다.
일자리의 이동 : 일자리를 가졌던 사람이 여하한 이유로 (창업된)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것. 즉, 우리 땅 안에서 A회사에서 B회사로 일자리를 옮기는 거라 이런 사업은 일자리도 별로 안늘어난다. O2O 사업에서 이런 일이 많다. 업의 본질이었던 시장이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 밀어내기 : 특히 퇴직자들이 젊은이에게 자리를 내주고 창업을 해야만하는 사태. 여기는 진입장벽이 낮은 창업이 많아 실패하고 더 나쁜 상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창업, R&D 지원한다는 것이 돈을 꽂아서 그 스타트업, 기업, 연구소, 학교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다른 곳에서 일하도록 일자리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혀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아닌 유지된 일자리 수를 투입된 돈으로 나누는 산수를 주요 KPI로 삼는다.
(클릭하면 기사로 간다. 전자신문 2017.5.17 기사다)
물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꼭 엄청나게 잘하는 놈이 있듯이, 그러다가도 완전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건 땡큐다. 그 때문에 소중한 예산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담는 포트폴리오 구성도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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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일자리를 새로 만들거나 (= 창직-새로운 직업), 일자리가 수가 같다면 일을 더 안하고도 매출을 혁신적으로 올릴 수 있는 (= 세수확보) 창업이 국가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그런 창업은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요구하며 risk도 크다.
여기서 우리가 봐야하는 risk는 사업이 망한다는 의미의 risk가 아니라 그 스타트업을 시작했거나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생 risk이다. 그래서 창업 정책은 산업 정책이라기보다는 사람 정책이어야 한다.
Risk가 없는 세상은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람은 충분히 창의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각자 가지고 있다. 험하고 획일화된 경쟁 사회에서 그 재능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인생의 risk가 사회적으로 적어지면 애나 늙은이나, 남자나 여자나 놀다 지칠 때 쯤 새로운-이상한-해볼만한-혹하는-엄청난 그런걸 들고 나오며 그걸 만들기 위해 스스로 배운다. 즉 사람의 문화가 묻어있는, 실패해도 여운이 남는 창업이 늘어난다. 그런 창업은 이전에 없던 뭔가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이동하거나 밀어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일자리를 만드는 창직형 창업이 된다. 인생의 risk가 적어지면 사람들을 더 많은 것을 건다. 따라서 그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투입되는 총 자원이 더 많아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고, 새로운-이상한-해볼만한-혹하는-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모으기도 쉬울 수 있다. (사실, 투자자들은 워낙 창직 쪽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창직은 부산물일뿐이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이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놀라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소위 말하는 Venture 투자를 한다.)
결론적으로 국가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창업 정책은, 그 국가에 속한 시민이 인생에서 헤어나올 수 없이 망한 삶의 bottom 라인에 서 있을 때도, 인간다운 삶이 유질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복지 정책이다. 그래야 사람들은 꿈을 꾼다.
새로운 정부가 아주 적극적인 창업 정책을 쓸 것이라는 것은 선거 전부터 모든 캠프에서 이야기 했었다. 결과적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했다. 나라가 존재하려면 그 안에 있는, 자기 스스로 그 나라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내 생각을 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엄청난 결심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의 수, 창업을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 수를 KPI로 정해 드라이브하는 정책이 아닌 창업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만드는 정책에 조금 더 힘이 가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조그만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