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잘 된다. 기업이 잘 된다. 숫자도 좋고 결과가 훌륭하다. 그 결과를 만든 시스템도 남들에게는 없는 훌륭한 것이다. 그런데 그 배경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그 배경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 배경에 누군가 갈려나가고 있다면, 그 배경에 '희생'이라는 단어가 깔려있다면 그건 혁신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진보, 보수, 자본주의, 사회주의 뭐가 문제랴. 그냥 사람이 먼저다.

~~주의, 진보, 보수는 적당한 합의 과정을 통해 보편적인 규칙을 만들기 위한 작전을 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 규칙은 법이거나 법과 유사한 힘을 가지는 규제이다.

보편적 규칙은 전통적으로, 세상이 발전한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뭔가가 잘 되는 댓가로 엄한 사람이 아프면 안된다. 뭔가 잘 되는 댓가로 힘든 사람이 생기면 안된다. 뭔가 잘 되는 댓가로 갈려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안된다. 뭔가 잘되는 댓가로 누군가 '희생'을 해서는 안된다.

(그 '보편적인' 이란 단어를 붙일 수 없는 규칙을 만든 집단들을 우리는 '적폐'라고 부른다. 그들은 보수, 진보, ~~주의가 아닌 그냥 적폐다)

사람이 먼저인 공정함을 위해서는 어떤 조직의 구성원들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문제없도록 하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줄이기 쉽지 않다. 보편적인 규칙이라는 것이 그 최소한을 다각도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 안에서, 즉 공정함을 유지하면서 뭔가가 다 잘 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공정함을 깨면서 잘되는 무언가는 전혀 혁신이 아니며. 별것도 아니고, 불법적일 가능성이 높은 갑질일뿐이다. 변화 이런 단어말고 '혁신'이라는 과격스러운 단어를 쓰는 이유가 뭔가를 잘 되게 만들면서, 동시에 공정함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도 증가시키지 않는 방안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쉽지 않지만, 모든 영역에서 그걸 해내는 걸 '발전'이라고 한다.


특히 돈을 쉽게 벌기 어려운 영역(교육 영역, 시간과 돈을 바꾸는 종류의 사업, 임대료처럼 거대한 기본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 그리고 돈을 잘 벌던 영역의 일부(갑질이 수익의 원천이었던 사업, 임대업처럼 일 안하고 돈버는 사업)에서는 본질적으로 또는 타성 때문에 혁신이 정말 어렵다.

혁신은 전혀 새로운 사고 방식, 전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한다.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 안에서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혁신의 대상이 되는 직접적인 영역, 그리고 그 언저리 영역에서 새로운 사고와 기술, 절차가 필요하며, 어떤 경우에는 규칙 자체의 혁신도 필요하다.

새로운 사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적용하는데는 시간도 많이 든다. 내 마음하나 바꾸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한데, 남의 사고, 또 이미 익숙한 방식을 바꾸는데는 결심의 과정에서도, 바꾸는 과정에서도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고,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거버넌스도 필요하다. 복잡한 것 같은데 그냥 그 어려움은 돈 문제로 환산된다.

혁신은 작던 크던 세상을 다른 단계로 바꾸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지만, 돈으로 완성되고, 기다림으로 그 결과가 '사람'에게 느껴지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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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