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여야 맛이 나는지 모르지만 명절은 그냥 노는 날이어야 한다.
많이들 모이고. 누구 결혼식, 장례식 아니면 볼 기회가 거의 없는 분들 좀 보고. 늘상 보내던 일과와는 다른 며칠이 보통 기대되는 날들이고, 이런 명절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 하다..
우리집은 양력 1월 1일이 설날인지라 (처가집도 몇 해 전부터 그렇게 바뀌었다.) 구정 (진짜 설날)은 별거 없이 그냥 놀면 되는 되서 다행이다.
우리 집의 명절은 꽤 복잡하다. (물론 우리보다 훨씬 복잡한 집안도 많은 것이 분명하지만)
종손 집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집안 순위에서 꽤 높은 위치에 놓이게 되었고, 요즘 같으면 아마 구청에서 상하나 쯤은 받았을 5 남매. 따라서 설날, 추석엔 우리 직계 식구만 기본 20여명. 예전엔 집안 사람들 모여 윷놀이 했었다-약 50명. 기타 오가는 손님 들.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 할 분들 있다는 거 안다.)
친애하는 우리 어머니, 평소에는 '검소함'의 여신이시지만, 명절만 되면, '소박함', '검소함', '쿨함' 이런 단어와 거리가 머시다.
메이커제 음식 'No', 한 접시씩 만들어오기 'No', 자동화 'No', 모든 것이 수제, 자연산, Full-service, 남아야 미덕 이시다.
예전에는 TV에 보면 떡 벌어지게 차린 상 사진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 '약과','산자'까지 (이거 만들어보신분 계신가 ?) 지금은 '강정' 까지만 만드신다.
올 신정 때는 발가락이 부러지셔서 기브스를 하신 관계로.. 딱 한가지 '흰떡'만 메이커제 쓰셨다. (강정까지는 예전과 동)
아마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지만, 명절 꽤 전부터 장보시고, 김치 담그시고 거의 모든 준비를 하신 뒤, 전날 모여서, 차례 음식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음식을 만든다. ('강정'은 보통 명절 전 주말에 작업)
평소에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느니', '요즘 년들은 남편을 어떻게 한다느니' 하시지만, 명절 때는 남자들도 부엌에서 일을 거들어야 했다. (딱 전날만, 당일은 하여간 여자들이 많이 있으므로)
결혼하고 나서는,
이런 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수십년을 살아온 wife와 제수씨, 명절만 되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다.
아직도, 전날에는 워낙 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와 남동생 역시 일을 많이 해야하지만, (내 주전공은 전 붙이기 임, - 동그랑 땡, 생선, 버섯,등등) 당일 손님 치레에서는 '우리 아들'들이 집안에서 좀 권위가 있어 보여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거 나르는 일만 할 뿐, 손에 물 묻히는 일은 해서는 안되는 거다.
따라서 며느리들을 포함한 '여자'들은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며느리들은, 처가에서 사위가 손님인 것 처럼, 시집에서 손님 수준의 지위여야 하지만, 명절 아침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남편 집의 '식구', '우리편', '일꾼'이 된 자기를 발견하고 놀랐을 거다.
아침 TV 프로, 뉴스에도 무슨 증후군 이런 말이 나오지만... 명절 이거 안 즐거운 시간이 더 많다. 자발적으로 정말 하고싶어 하는 것도 힘들면 어려운데, 이건, 꽤 오래전 '누군가'에 의해 이름 붙여진 휴일... 간만에 모였다고 부엌에서 웃음도 오가지만 어머니, 며느리를 포함해서, 꽤 많은 가족들이 명절을 걱정한다.
(걱정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 걱정:기대가 7:3은 넘을 껄)
명절이 힘든 시기라는 걸 알고 나서는 (즉, 철들고 나서는) 옜날에 박정희 시절에 '가정의례준칙' 이런 것이 있었는데 그게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었다. 지금은 그거 심하게 지지한다.
'집에서 만드는 음식의 양, 가지 수 제한하기' - 잘해야 평소 밥먹는 거 두배 수준 정도로.
'한번에 모일 수 있는 사람 수 제한하기' - 큰 상 하나에서 동시에 밥먹을 수 있는 수 정도로.
'5로 나누어 나머지가 2인 해만 이름 붙여서 행사하기' - 다른 해들은 설날, 추석 이런 이름없이 그냥 3일 연휴
이런 거 강력한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키니 할 수 없지' 하는 심정으로 명절 일 좀 줄이게)
사람들 맘이 더 편해지면 경제에도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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