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지금 상태에서 좀 더 좋은 상태로 뭔가를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 의식적이던 그렇지 않던.

예전에 자주 만나던 (개인적으론 절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정책을 구상하는 '신성한' 목적으로) 공무원이 있었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주 업무였던 그가 원래 어떤 학문을 전공했는지 모르지만, 회의 때 자주 관찰된 그의 사고 프레임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가 자주 보여준 것은 x 축과 y 축 두축의 1사분면에 그린 선 (곡선도 아니고 주로 직선) 그래프이다. 어떤 인자와 또 다른 어떤 인자와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고, 그 관계의 관찰을 통해 통찰을 얻고 뭔가 대안을 찾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 두 축은 '기술의 발전과 산업 성장', 'R&D 투자와 특허개수', '투입된 예산과 양성된 인력' 등이다. 쉽게 말해 뭘하면 성과가 얼마나 날까 하는 성과 중심적인 생각을 하기 위한 방식인데, 문제는 그 공무원이 그 방식을 모든 것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뭘 바꾸기는 바꿔야하는데 뭘 하나 바꾸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을 찾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자기의 사고 프레임은 바꾸지 않으면서.

어쩌다 그런 방식이 잘 통하는 영역도 있기는 하겠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런 단순한 두 축의 1차 방정식 문제가 아니다. "개발자" 의 역할 때문이다. 소프트웨어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는 요소가 개입되면 눈에 띄는 차원 그 이상의 문제로 바뀌고, 방정식도 아주 복잡해지는데 그 공무원은 그 장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 분이 없어져야 우리 소프트웨어 정책이 바로선다는 말까지 나왔다.

축이 몇개든.. 무빙타겟이라는 말이 있다. 맞추기 어렵다.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쉬운 방정식으로 그 움직임이 기술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엔 다양성이란 중요한 가치 덕에 모든 것이 무빙타겟이다. 모든 조직, 시스템, 시장엔 이제 사람이라는 요소가 생각보다 크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타겟을 맞추기 위한 올바른 접근법은 나도 최대한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같이 움직이면, 그 공무원이 좋아하던 2차원 평면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축의 갯수를 하나 줄여 작전을 마련하기 쉬워진다.

그렇다면.. 정말 나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가? 그 부분이 문제인데, 대부분 정책 실패, 변화의 실패가 그것을 하지 못해서 온다.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인구 구성이 바뀌고, 가용할 수 있는 소득과 시간,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기대, 혁신의 속도, 개인적인 삶의 가치가 바뀌고 있는데, 정책을 만드는 쪽, 변화를 일으키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쪽에는, 변화에 매우 둔감한, 변화에 참여하지 않고 물러서서 관찰만 했던, 심하게는 변화를 따르기는 커녕 그 변화를 인정하지도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변화는 두려운 것이지만, 작은 의미있는 변화가 역사를 만들어 왔고 그 변화를 주도했거나 아주 잘 인지하고 적응했던 시스템, 조직, 사람만 살아남았고,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다행히도 대부분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엔 그 변화가 너무 빨라진 것이 부담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따르고, 일부는 자기가 이상적이라고 맏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최소한.. 밀리면 밀리는 쪽으로 발을 디뎌야지, 안 밀리려고 버티면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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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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