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가 핫하다. 여러나라에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가 있었나 싶다. 클럽하우스 때문에 아이폰을 샀다는 사람도 여럿 봤다. 카카오톡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스마트폰을 사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은 없겠지만 초청장을 당근 마켓에 파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당연히 트위터 같은 기존 소셜미디어 회사들도 유사한 대안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클럽하우스 가입하고 특히 지난 주말과 설 연휴에 여기저기 들어가보고, 가끔은 말도 해보고 한 결과, 꽤 유용해 보인다. 당연히 어뷰징(?)이나 이걸 어떻게 돈으로 바꿀까에 관한 많은 이야기도 오가고 있고, 소셜 미디어의 일종인지라 (진정성과 상관없이) '관계의 크기'에 집중하는 듯한 노력들도 많이 보인다. 새로운 (소셜, 오디오) 미디어로서 가능성을 여러 부류의 사람이 다들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내가 느낀 중요한 것은 '청중'이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 점이다. 이 부분은 모더레이터의 진행 방식이나 진행 스킬과도 상관있지만 대부분 방에서 청중에 대한 배려의 정도가 최근의 온라인 conference 보다는 훨씬 더, 예전의 오프라인 conference 보다 매우 높다. 이 부분은 클럽하우스가 잘 짜여진 행사와는 달리 시간적 자유가 더 있어서 일 수도 있다. 대부분 방이 누구나 들락날락 할 수 있기 때문에 클럽하우스가 지향한다고 하는 Exclusivity가 speaker와 청중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건 아니고, 휘발성 토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생기는 시간적 Exclusivity, 즉, '내가 그때 그 방에서 들었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청중'의 의미를 좀 더 이야기해보면, 그간 진짜 청중으로만 존재했던 그들의 이야기기 충분히 의미 있고, 인사이트도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을 열고 많이 이야기하는, 그리고 이방저방 돌아다니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다져가는 big mouth 들이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메인 스피커가 아닌 '청중'도 위대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TV에서나 하던 거대 담론들에 대한 토론들을 하면서, 청중들에게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인사이트들을 엮어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클럽하우스를 브레인스토밍의 장으로 활용하는 거다. 큰 담론을 이야기 하면 늘 자기의 사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한풀이 모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더레이터가 적절히 짤라야 한다.
갑자기 생각나는 걸 나열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겠다. 무순이며 개별 사안에 대하여 뭔가 문제가 있어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어떤 주제는 잘 알려진 기술로 해결 방법이 없는 문제들이다.
- 수능 없는 입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 행시없는 공무원 채용 어떻게 해야하는가?
- 친환경 에너지 100% 어떻게 만들까?
- 소프트웨어 개발 어떻게 배워야 하나?
- 초중고 공교육 어떻게 바꿔야 하나?
- 초중고 사교육을 한방에 없애는 방법은?
-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뽑는 방법은?
- 대학에서 진정한 융합교육은 어떻게 해야하나?
- 지방 개발자 커뮤니티는 어떻게 활성화하나?
- 공공부분 SI 대신 서비스 구매를 위한 방법은?
- 국가 지원교육 어떻게 개선하나?
- 어떤 개발자를 뽑나? 어떻게 뽑나? 어떻게 들어갔나?
- 부패없는 공공 시스템 어떻게 만드나?
-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뭘 바꿔야하나?
-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자 뭘해야하나?
- 좋은 정치가가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미세먼지를 피하거나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뭘까?
- 탈세를 없애는 제도적, 비제도적 방법은 뭘까?
댓글로 했으면 좋겠는 주제를 달아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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