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명절이 와버렸다. 일단 내가 대통령되면, 명절을 없애고, 그냥 빨간 날로 할 꺼다. (see http://hl1itj.tistory.com/31 - 가정의례준칙)
요즘은 상당히 많은 남자들도 같이 음식도 만들고, 명절 준비를 한다.
우리 집, 즉 본가에서는 명절 때,
차례도 지내지만, 부모님과 오남매 우리 식구를 포함해, 수 십명의 손님을 치르기 위한 음식을 준비한다. 거기까지가 아니고, 같은 서울에 살면서 집에 돌아갈 때 싸 가지고 갈 음식까지 준비한다. (정확한 wording은 준비한다가 아니고, 엄마 마음이 편하시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다. )
딱 먹고 남지 않을 만큼만 하는 것이 아마 자식들과 며느리들의 작은 (하지만 반복되는) 바램일 정도이다.
하여간 제목 이야기.
1. 송편 만들 준비 - 반죽
쌀 가루는 엄마가 방앗간 (요즘에도 그런게 있는지..)에서 준비. 방금 끓인 뜨거운 물로 반죽을 내가 한다 (이걸 전문 용어로 '익'반죽 이라한다. 쌀을 익힌다는 뜻이라는 소문이 있다,). 흰 반죽, 쑥 반죽 각각 한 다라... 이거 꽤 힘든다. 반죽에 너무 힘를 쓰시는 것 같아서, 뺏다시피 시작한지 10여년, 이제 나도 한 반죽 한다. 적당한 쫀득함, 질지도, 푸석하지도 않게 해야한다.
반죽이 끝나면, 삶아서 깨끗한 젖은 천으로 덮어놓고, 송편 만들 준비를 한다. 좀 푸석하게 반죽이 된 느낌이면 천을 좀 덜짜서 덮고, 질게 된 느낌이면, 좀 두었다가 덮거나, 꽉짜서 덮는다.
2. 송편 만들 준비 - 속
반죽 하는 동안, 송편에 넣을 속을 어머니 and/or 며느리들이 준비한다. 깨, 밤, 가끔은 콩이다. 깨 송편이 난 좋은데, 깨가 값이 꽤 비싼지, 밤이나 콩이 더 맛있다고 우기신다.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하니, 이 정도면 양이 되니 마니로 말이 많다. 도대체 흔한 요리책에 나오는 그램 수, 몇 숟가락, 그런건 없다. 양 맞추기는 더 어렵다. 빚을 송편 수에 딱 맞는 양이 준비된 적이 거의 없다.
설탕을 많이 넣으면 송편이 달아서 맛있을 것은 확실하지만, 송편을 찌는 과정에서 설탕물이 밖으로 새어나와 지져분 해진단다. 팔 것도 아닌데 난 속이 배 밖으로 나와도 설탕 많이 들어간 깨 송편이 좋다.
3. 송편 만들기
이거 시간 많이 걸린다. 5+명이 붙어서 아침먹고 시작해서 오후 2시가 넘어야 끝난다. 여기서 5는 보통 나와 동생 부부, 엄마, 그리고 +는 심심풀이로 붙어서 송편이 아닌 찰흙 빚기 놀이를 하는 조카다.
흰 반죽을 먼저 만들고, 쑥 반죽을 나중에 만든다. 거꾸로 하면 흰 송편에 쑥 색깔이 들까봐서란다. 내 생각엔, 이거 잘못된 거다. 쑥 반죽은 흰 반죽보다 더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원리는 따지지 말자) 그걸 먼저 해야한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 순서는 바꾸면 안된다.
너무 크게 만들지 말라는 하명이 내려오나, 무시한다. 크게 만들어야 일찍 끝난다. 또 송편은 작아도 속은 꽉꽉 담아야 하는 거다. 맛도 좋거니와 속이 애매하게 먼저 없어지면 (즉, 반죽이 너무 많지 않게 남았을 때) 남은 반죽은 쑥 개떡을 만들어 완전 덩어리 모드로 일거에 해치울 수 있다.
송편 빚기의 핵심은 잘 된 반죽을 적당히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떼어낸 뒤, 양 손바닥 사이에 넣고 엄청나게 굴려서 찰지게 만들어야, 속 넣을 구멍을 손가락으로 눌러 팟을 때, 균열이 안생기고 잘 오무려 붙게 된다. 송편을 다 만들고 나면, 항상 손바닥이 푸르딩딩 해지는데 반죽을 굴리다가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습이다. (원래부터 반죽을 질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을 법한데, 반죽이 질면 나중이 떡을 찌고 난 뒤, 개별 송편이 아니라 모든 송편이 어깨동무 하고 나오기도 하고, 바닥에 붙어서 속을 뒤집으면서 나오게 된다.)
송편이 몇개 만들어지면, 잠시 품평회 시간이 돌아온다. 당연히 엄마 눈에 아들이 만든 송편이 제일 예쁘다. 대강 모양내고 남들보다 조금 크게 만들었을 뿐인데. 내가 만든 송편을 보면서 항상 생각나는 것은 송편이 '타제석기'를 닮았다는 거다. 사실 아주 예외적으로 예쁘거나, 미운 몇 개를 제외하면, 찜통에서 나온 모습은 거의 다 비슷하다.
4. 송편 찌기
전기 밥솥에 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아무나 못하는 거다. 불 조절, 시간 조절의 영역은 공식으로 잘 안되는 영역으로 내공이 필요한 거다. 솔잎과 함께 (그래서 松편이다., '편'자는 모른다.) 찌는데, 솔 잎은 추석 전 성묘를 갈 때, 근처의 소나무에서 얻는다. (어떤 소나무는 되고 어떤 소나무는 안된다. - 잎이 두개인거만 된다던가 ? http://certification.tistory.com/231 에 보면 왜 솔잎을 같이 찌는지 설명이 나와 있다. 참 글도 잘 쓴다. 사진도 잘 넣고) 날이 더운 추석에는 솔잎이 부패방지 효과가 있다니 있다면 안 넣을 이유가 없다. 소나무 향기 때문에 넣는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사실 송편에서 소나무 냄새 맡아본적이 없다.
솥에서 송편이 나오면 처음엔 좀 찐득찐득하다. 즉, 식감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맛있다. 그 와중에도 제발 깨 송편이 걸리기를 순간 기도한다. 송편과 함께 조카의 작품-강아지, 로봇 등-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사실 찜통을 나선 강아지, 로봇은, 찌기 전 원본과는 많이 다른, 사진 찍을 때 out-focusing 뒤쪽에서 흐려진 강아지, 로봇 느낌이다.
찌어낸 송편을 보고 항상 놀라는 또 한가지는 쑥 반죽 색보다 익은 송편은 훨씬 진한 녹색이라는 거다. 쑥이 좀 많이 들어간 해는 녹색이 아니라 거의 검은색 송편이 나온다.
5. 송편을 다 만들면...
손톱 사이에 하얀 반죽이 끼어있게 된다. 원래 그자리엔 검정 색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자리를 바꾼거다.
바지엔 흰 가루가 가득하고, 조카를 제외한 모두가 끄응 소리를 내면서 일어난다.
내년엔 송편을 직접 만들지 말고, 차례지낼 만큼만 사서쓰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들들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며느리들 눈빛이 갑자기 초롱초롱해지지만 엄마에게는 씨알도 안먹힌다. 사먹는 음식의 여러 문제, 시중의 떡 값 등 원인이 나열된다. 최고급 인력인 자식들의 일당은 안중에도 없으신거다. 또 그 많던 송편이 추석날 저녁엔 바닥이 난다는 점을 거론하신다. 바닥이 난 이유는 남은 송편을 다 싸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송편 만들기가 끝나면... 전부치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건 설날이나, 내년 추석에 쓰자.
쌀 가루는 엄마가 방앗간 (요즘에도 그런게 있는지..)에서 준비. 방금 끓인 뜨거운 물로 반죽을 내가 한다 (이걸 전문 용어로 '익'반죽 이라한다. 쌀을 익힌다는 뜻이라는 소문이 있다,). 흰 반죽, 쑥 반죽 각각 한 다라... 이거 꽤 힘든다. 반죽에 너무 힘를 쓰시는 것 같아서, 뺏다시피 시작한지 10여년, 이제 나도 한 반죽 한다. 적당한 쫀득함, 질지도, 푸석하지도 않게 해야한다.
반죽이 끝나면, 삶아서 깨끗한 젖은 천으로 덮어놓고, 송편 만들 준비를 한다. 좀 푸석하게 반죽이 된 느낌이면 천을 좀 덜짜서 덮고, 질게 된 느낌이면, 좀 두었다가 덮거나, 꽉짜서 덮는다.
2. 송편 만들 준비 - 속
반죽 하는 동안, 송편에 넣을 속을 어머니 and/or 며느리들이 준비한다. 깨, 밤, 가끔은 콩이다. 깨 송편이 난 좋은데, 깨가 값이 꽤 비싼지, 밤이나 콩이 더 맛있다고 우기신다.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하니, 이 정도면 양이 되니 마니로 말이 많다. 도대체 흔한 요리책에 나오는 그램 수, 몇 숟가락, 그런건 없다. 양 맞추기는 더 어렵다. 빚을 송편 수에 딱 맞는 양이 준비된 적이 거의 없다.
설탕을 많이 넣으면 송편이 달아서 맛있을 것은 확실하지만, 송편을 찌는 과정에서 설탕물이 밖으로 새어나와 지져분 해진단다. 팔 것도 아닌데 난 속이 배 밖으로 나와도 설탕 많이 들어간 깨 송편이 좋다.
3. 송편 만들기
이거 시간 많이 걸린다. 5+명이 붙어서 아침먹고 시작해서 오후 2시가 넘어야 끝난다. 여기서 5는 보통 나와 동생 부부, 엄마, 그리고 +는 심심풀이로 붙어서 송편이 아닌 찰흙 빚기 놀이를 하는 조카다.
흰 반죽을 먼저 만들고, 쑥 반죽을 나중에 만든다. 거꾸로 하면 흰 송편에 쑥 색깔이 들까봐서란다. 내 생각엔, 이거 잘못된 거다. 쑥 반죽은 흰 반죽보다 더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원리는 따지지 말자) 그걸 먼저 해야한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 순서는 바꾸면 안된다.
너무 크게 만들지 말라는 하명이 내려오나, 무시한다. 크게 만들어야 일찍 끝난다. 또 송편은 작아도 속은 꽉꽉 담아야 하는 거다. 맛도 좋거니와 속이 애매하게 먼저 없어지면 (즉, 반죽이 너무 많지 않게 남았을 때) 남은 반죽은 쑥 개떡을 만들어 완전 덩어리 모드로 일거에 해치울 수 있다.
송편 빚기의 핵심은 잘 된 반죽을 적당히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떼어낸 뒤, 양 손바닥 사이에 넣고 엄청나게 굴려서 찰지게 만들어야, 속 넣을 구멍을 손가락으로 눌러 팟을 때, 균열이 안생기고 잘 오무려 붙게 된다. 송편을 다 만들고 나면, 항상 손바닥이 푸르딩딩 해지는데 반죽을 굴리다가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습이다. (원래부터 반죽을 질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을 법한데, 반죽이 질면 나중이 떡을 찌고 난 뒤, 개별 송편이 아니라 모든 송편이 어깨동무 하고 나오기도 하고, 바닥에 붙어서 속을 뒤집으면서 나오게 된다.)
송편이 몇개 만들어지면, 잠시 품평회 시간이 돌아온다. 당연히 엄마 눈에 아들이 만든 송편이 제일 예쁘다. 대강 모양내고 남들보다 조금 크게 만들었을 뿐인데. 내가 만든 송편을 보면서 항상 생각나는 것은 송편이 '타제석기'를 닮았다는 거다. 사실 아주 예외적으로 예쁘거나, 미운 몇 개를 제외하면, 찜통에서 나온 모습은 거의 다 비슷하다.
4. 송편 찌기
전기 밥솥에 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아무나 못하는 거다. 불 조절, 시간 조절의 영역은 공식으로 잘 안되는 영역으로 내공이 필요한 거다. 솔잎과 함께 (그래서 松편이다., '편'자는 모른다.) 찌는데, 솔 잎은 추석 전 성묘를 갈 때, 근처의 소나무에서 얻는다. (어떤 소나무는 되고 어떤 소나무는 안된다. - 잎이 두개인거만 된다던가 ? http://certification.tistory.com/231 에 보면 왜 솔잎을 같이 찌는지 설명이 나와 있다. 참 글도 잘 쓴다. 사진도 잘 넣고) 날이 더운 추석에는 솔잎이 부패방지 효과가 있다니 있다면 안 넣을 이유가 없다. 소나무 향기 때문에 넣는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사실 송편에서 소나무 냄새 맡아본적이 없다.
솥에서 송편이 나오면 처음엔 좀 찐득찐득하다. 즉, 식감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맛있다. 그 와중에도 제발 깨 송편이 걸리기를 순간 기도한다. 송편과 함께 조카의 작품-강아지, 로봇 등-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사실 찜통을 나선 강아지, 로봇은, 찌기 전 원본과는 많이 다른, 사진 찍을 때 out-focusing 뒤쪽에서 흐려진 강아지, 로봇 느낌이다.
찌어낸 송편을 보고 항상 놀라는 또 한가지는 쑥 반죽 색보다 익은 송편은 훨씬 진한 녹색이라는 거다. 쑥이 좀 많이 들어간 해는 녹색이 아니라 거의 검은색 송편이 나온다.
5. 송편을 다 만들면...
손톱 사이에 하얀 반죽이 끼어있게 된다. 원래 그자리엔 검정 색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자리를 바꾼거다.
바지엔 흰 가루가 가득하고, 조카를 제외한 모두가 끄응 소리를 내면서 일어난다.
내년엔 송편을 직접 만들지 말고, 차례지낼 만큼만 사서쓰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들들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며느리들 눈빛이 갑자기 초롱초롱해지지만 엄마에게는 씨알도 안먹힌다. 사먹는 음식의 여러 문제, 시중의 떡 값 등 원인이 나열된다. 최고급 인력인 자식들의 일당은 안중에도 없으신거다. 또 그 많던 송편이 추석날 저녁엔 바닥이 난다는 점을 거론하신다. 바닥이 난 이유는 남은 송편을 다 싸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송편 만들기가 끝나면... 전부치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건 설날이나, 내년 추석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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