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길다. 바쁘신 분들은 아래 두 문단 그리고 마지막 섹션만 보자.
누리호가 얼마 전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꽤 많은 세금이 들어갔다. 많은 과학/공학자, 실무자들이 아마도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이뤄낸 결과일 것이다. 전략적 이유도 좋고, 우주 개발, 위성 사업, 달 땅따먹기 등 장기적인 보상도 좋고 여러 부산물 때문에 비교적 단기적인 ROI도 나쁘지 않고, 개인적으로 강력 지지하는 사업이다. 우선 멋지지 않은가?
다른 모든 직업과 함께, 국가적으로 의사/판사/검사도 필요하지만, 과학자,공학자 그걸 기반으로 하는 사업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딴 나라만 부러워할 것인가?

'꿈 가스라이팅'의 필요성
극히 몇명 안되는 타고난 천재소년/소녀들을 제외하고는, 큰 꿈을 가진 과학자나 공학자는 그냥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모두 위인전(류)에 의해 또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일종의 (좋은 의미로) '가스라이팅' 당한 결과이다. 가끔은 다 커서 어쩌다 발 담근 '노는 물' 때문인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 가스라이팅에 집중해보자.
현황
누리호가 발사된 다음 날 내가 제일 먼저 찾아본 곳은 누리호에 관여한 기관들 사이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어디에도 고품질 사진, 과하게 자세한 수준은 커녕 비교적 간단한 설명도, 애니메이션도 없었다. 일주일 쯤 후, 항우연의 Youtube 채널에 4K 짧은 동영상 등 여러 동영상,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 몇장이 올라왔다.
내가 우주,과학,로켓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해보자. 아주 약간의 관심으로 검색하면 뭔가 똘똘한게 나와야 한다. 어찌어찌 앞의 관련 홈페이지를 찾아 가면 뭔가 자세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항우연 사이트엔 기술적인 내용이 아주 간단/드라이하게 소개되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검색 자체가 없고 ㅠㅠ, 항공우주청은 음.. 그냥 다른 모든 정부 사이트와 비슷한 안습 버전이다. 내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모든 사이트의 고객이 기자, 윗 분, 잘해야 어른 이다. 당연히 ChatGPT에도 물어보겠지. ChatGPT는 4차 발사가 2023년 12월 등등 사실이 아닌 내용이 바로 눈에 띈다 ㅠㅠ. 초중고 점유율이 높다는 뤼튼에서는 뉴스를 아주 드라이하게 정리한 내용이 나온다 (웬지 수능 스타일이다).
브라우져에서 '누리호'를 검색해보자. 사람마다 세팅마다 다 다르겠지만, 구글은 요즘 늘 그렇듯이 그렇듯한 최신 사진은 없는 나무위키가 먼저 나오고, 뉴스, .., 네이버는 뉴스, 그리고 광고, ..., Bing은 광고, 뉴스, ... 순서로 나온다. 그나마 의미 있는 링크 중 항우연 사이트가 쩌~~~ 아래 나온다. 검색에서 그런 내용이 먼저 나오도록 키워드 사는데 돈도 좀 쓰고, SEO (Search Engine Optimize) 라는 것도 좀 하자. 생성형 AI 서비스에도 뭔가 할 수 있다면 하고.

뭘 해야할까?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위해서는 (감상/조사/과제/보고서 등에 붙여 넣을 수 있는, 더 기대한다면 '이거 봤어?, 보내줄게'라고 친구/부모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고품질 사진들과 함께, 기술적인 내용 (누리호가 어떻게 구성되고, 각 부분은 뭐하는 것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제어되는지, ..., ..., ..., ...), 그리고 이걸 만들기 위해, 운영하기 위해 어떤 직군의 누가 뭐했는지, 왜 이런 노력이 가치롭고, 꼭 해야만 하는 건지, 그 내용이 있어야 한다. 또 그 내용을 초딩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애니메이션, 유명(연예)인이 나와서 소개하는 동영상 등등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초중고에 가서 설명도 하자. 로켓 발사대 위의 낙엽을 치웠다고 해도, 내가 누리호 성공 그 일부였다고 설명하러 가야하는 거다.
이런 고품질 콘텐츠 활동에는 돈이 든다. 세금을 쓰자. 인건비도 쓰고, 정규직이 안되면 우선 용역이라도 주자. 접근 가능한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얼라들이 찾아 볼 수 있게 하자. 진짜 연구비, 개발비에 비하면 눈꼽 만큼의 비용일거다. 우리나라 R&D 예산이 아쉬운 대로 수십조원이다 (26년 35.3조). AI, 기초 과학을 포함하여 모든 과학, 공학 분야의 연구와 개발에 돈을 많이 쓰고 있고, 우리에게 또는 글로벌하게 혁혁한 성과, 우리가 앞서나가는 분야와 성과도 많고, 그렇지 않아도 모든 예산은 의미있게 쓰일 것을 가정하고 편성된다. 그 의미있는 일이 의미있다고 재미있다고, 너도 해볼 수 있다고, 네가 필요하다고 외치자는 거다.
아래 미국 Nasa의 https://www.nasa.gov/images/ 사이트를 보자. 우리나라는 '우리가 뭘 만들었다'는 '기관의 행위 중심' 보도자료가 홈페이지의 대부분인 것과 달리 Nasa같이 제대로 만든 사이트는 그 '뭔가'에 집중하고 그 '뭔가를 위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집중한다. 홈페이지에 들어온 사람을 '빙의'하게 만든다. 굳이 상세한 설명을 안보고 잘 찍은 사진, 잘 그려진 이미지만 봐도 이래서 세금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에 돈을 쓰자
수학/과학을 수능의 필수과목을 만든다고 과학자/공학자 되지 않는다. 꿈을 키워줘야 한다. 아이들이 의사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변에, 병원에, TV에 위인전에 (어떤 형태든) 롤모델로 매우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공학자는 주변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만날 기회가 없다. 그 기회를 간접적으로라도 만들기 위해 기왕 쓰는 세금의 극히 일부를 쓰자는 것이다.
보도 자료, 높은 분을 위한 소개 자료, 리크루팅을 위한 브로셔, ... 모두 연구 개발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하다. 지금처럼 만드시고 가능하면 더 잘 만드시라.
그런데 더 좋은 방법은 조금 돈 더 써서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고급진 '꿈 가스라이팅'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자라서 과학자, 공학자가 될 것이고, 그들이 자라서 이런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외칠 것이고, 그들이 당신들이 못이룬 꿈을 완성해 줄것이다.
그래서 나의 제안은 세금 쓰는 모든 (규모 있는) R&D에, 초중고를 위한 정말 '고급진' R&D 설명 콘텐츠 만드는 예산을 반드시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R&D RFP(제안요청서)의 비용 칸에 'K-12용 연구개발 관련 고급진 콘텐츠 발간' 비를 편성하도록 한줄 넣자.
K-콘텐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 얼라들을 꿈꾸게 하는 K-콘텐츠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
'나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 (0) | 2025.09.08 |
|---|---|
| 공약 이행 감시 (0) | 2025.06.02 |
| 쩌날리즘의 대선후보 체크리스트 (0) | 2025.04.06 |
| 사필귀정이라고 하지마라. (0) | 2025.04.03 |
| 입시제도 제안 (4) | 2025.02.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