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긴 놈이 무지개 송어 입니다.
뉴질랜드에 살 때, 그러니까 8-9년전 로봇 관련 워크샵에 갔었다. 내 논문은 그저 그러니까 완전 관심이 없었고, 진짜 로봇을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뭘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요량이었다.
발표 중의 하나가 '무지개 송어'에 관한 것인데 일본 학생에 의한 것이었다. 컨퍼런스가서 나보다 영어 못하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일본 (석사1학년 정도) 학생은 적어 온 스크립트도 잘 읽지 못하는 완전 영맹이었다. 떨면서 떠듬떠듬 발표를 했는데 내용은 완전 놀라운 것이었다.
송어의 측선(위 사진의 빨간선이 측선 아닐까?)에 몇 개의 전극을 꼽고 그 전극에 자극을 주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송어를 헤엄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박. 실험 결과,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진짜 송어가 무선 리모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인다. 잠수, 부상은 안되지만 왼쪽 오른쪽은 완벽하게 제어가 된다.
그 세션에 20명 정도의 청중이 있었는데, 그 학생의 지도교수는 없었고, 대부분 서양 사람 교수들이 었다. 발표가 끝나자, 너도나도 질문하려고 손을 들었다. 발표자 말고 같이 따라온 다른 일본 학생 (아마 작업도 같이 했던)과 합심해서 대답했다.
주요 질문과 대답 몇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Q1. 전기를 어떤 패턴으로 주는가 ?
A1.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냥 적당한 펄스 밖에 없다. 이거저거 해보고 제일 잘되는 거 찾았다.
* 여기까지가 기술적인 질문의 다이다.
Q2. 이 프로젝트는 누가 지원했나?
A2. 그냥 졸업 논문으로 학교에서 약간의 지원이 나왔다.
(실제 사용한 돈이 우리나라 돈으로 30만원쯤?, 송어는 기증받았다고)
* 자위대의 지원을 받았을 거라고 믿고 있던 청중들 'ah~~'
Q3. 이 놀라운 기술을 어디에 쓸 생각인가?
A3. (왜 놀라운지 모르는 기색으로)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떨까 해서 해봤는데 되더라.. 재미 있다.
Q4. 돌고래, 물개 등을 훈련시켜 정찰을 하거나 폭탄 설치한다는 이야기 못들어봤나?
A4. 그런게 있었나?
* 아놔.. 순수한 젊은이로 인정
Q5. 왜 송어를 선택했나? 그 선택을 위한 이전의 다른 연구가 있었나?
A5. 송어를 선택한 이유는 자기네 대학 위쪽에 송어 양식장이 있어 구하기가 쉬웠다. 장어 양식장이 있었다면 아마 장어로 했을 거다.
Q6. 실험을 하고 난 뒤 송어는 어떻게 되었나 (송어가 죽지 않고 mission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묻는 질문)
A6. 상당히 오랜기간... 저녁에 송어만 먹었다.
* 질의 응답 포기.. 하고, 아주 이례적으로 30분 이상 청중들 사이에 군사적인 용도로 물고기, 돌고래, 물개 등을 이용할 때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점, 이런 기술의 좀 더 효과적인 용도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물속에 있으므로, 무선 통신이 안되어 현실적으로 '제어'가 안된다는 점
- 역시 무선 통신이 안되기 때문에, GPS등으로 위치 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여러 대의 잠수함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점
- 소나(초음파 탐지)로 위치 추적은 거의 가능하나, 비용도 많이 들고 그 프로세싱 오버헤드가 상당히 크다는 점
- 그래도 똑똑하다는 돌고래나 물개도 기대했던 것보다 머리가 훨씬 나빠서 미션이 조금만 복잡해도 안된다는 점
- 그래서 훈련된, 또는 정확하게 예측된, 상황과는 다른 현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책이 없다는 점
- 그 와중에 특허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
* 그러다가 송어는 민물고기로 강을 따라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신, GPS 문제가 덜해서 제어만 잘 된다면 유용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마지막으로 한 미국 교수가 한 말이... (농담일 수도 있다)
- 물고기도 동물의 일종인지라... 이것들을 이용해서 뭔가 실험을 하려면 동물 실험 규정(나중에 찾아보니, 아마 그 때쯤 만들어진 NIH Guideline for Animal Research)을 따라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따르면 할 수 있는 동물 실험이 없다. 우선 허가를 받는데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고, 실험에 쓸 송어를 (동물이 행복할 권리에 따라) 관리하는 비용이 프로젝트 비용의 대부분 일 거다. 실험하다 죽은 송어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등등...
*
ps. 이걸 쓰고보니 송어는 아니라도 연어 또는 생선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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