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모 정부지원 사업의 사업자 선정 평가를 하러 갔습니다.
최근엔 이런 평가에 가급적 안가는 편이지만, 중대한 국가적 큰 사업.. 하면서 너무 간절히(!) 부탁하는 성의에 할 수 없이 'Yes'를 하고 말았습니다. '새해의 결심이 No 하는 거였는데'가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쉽게 설득 당하는 저질 체력...평가는
정부/지자체에서, 즉 세금으로, 무려 225억에다가, 매칭펀드를 더하면 300억이 투입되는 (이걸 전문 용어로 '태운다'라고 하죠) 사업인데, 8명의 '전문가'가 평가 위원으로 위촉되었고, 평가 대상 제안서는 여러 분야의 6개 였습니다. (아마 적어도 하나 정도가 최종 당첨되는 듯)평가를 하면서/마치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 내가 제안 내용을 그래도 꽤 파악할 수 있는 IT 관련(조금이라도) 분야가 4개, 이전에 그저 기사로만 접했던 분야가 2개 였습니다. 평가자들의 분야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반반정도로, 교수+업체+무슨'원' 들 출신. 300억짜리 사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평가하는구나.
2. 과제당 단 20분의 Presentation + 보고서 및 요약서 검토, 20분의 Q&A, 10분의 채점으로, 300억 짜리를 순식간에 평가한다는 점. (당연히, 보안상, 사전에 제안 자료가 배포되지 않았죠) -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듯. 아마도 페이지 제한이 있었는지 비교적 얇은 제안서. 저는 300억이라길래 제안서 하나가가 전화번호부 서너개씩은 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3. 절대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 부실하다해도 웬만하면 누군가는 당첨된다는 점 (평가 결과 가이드라인에는, 각각 두 과제씩 세 등급 (90점대, 80점대, 70점대) 으로 평가하라 하더군요)
4. 그 300억이 어디서 나오는 눈먼 돈인지는 몰라도 6개의 제안서 가운데 2개 반 정도는, 선수들은 술먹고 들어가 하루밤 만에 쓴다는 수천만원짜리 제안서보다 못했다는 점 (다들 지원기간 3년과 이후 2년 해서, 5년 만에 수천억 벌겠다고 쓰긴 썼는데, target 시장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거나, 시장엔 관심이 없는 듯이 질문에 대답을 못 하거나, 100원짜리라도 뭔가 팔리는 제품을 단 한번이라도 만들어 봤거나, 적어도 아무 전자 제품 밑면의 딱지만 봤어도 알만한 뻔한 규정을 모르고 있다거나, 이미 나와서 다들 가격 경쟁하고 있는 물건을 신기술인양 3년 동안 만들겠다고 주장한다거나...)
5. 아마도 평가자들이 한글,숫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가정을 하고 제안서를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최소한의 성의 부족 (일부 제안서는 3년짜리 수십억짜리 세부 과제의 계획을 1년만 넣고 인쇄한 뒤, 평가장에 올 때까지 그걸 모르고 있지를 않나, 여러 참여업체의 이런 저런 성과 숫자를 그대로 Cut & Paste 하여 티를 내지 않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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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평가위원 8명 중 한 명은 단 한번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는 점. (저는 내 세금이 그런 되지도 않는 사업에 쓰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분해서라도 질문을 하는데, 평가자 몇 분은 너그러운 품성을 가지셨거나, 한 분은 오직 점수로만 말하시는 분인 듯)
7. 이 얘기는 안할라고 했는데, wife가 새벽부터 어디가냐고 하길래 '국가적...' 대답한 것이 생각나서... 한마디 더하면, 며칠 후 평가 수당이 통장에 입금되었는데, 딱 20만원이 입금된 점 (아시다시피, 대전까지 ktx + 택시 + 주차비 하면 7만원 쯤 듭니다. 따져보면 9시~3시=6시간, 13만원 즉, 시간당 2만2천원, 직업에 귀천이 없고, 국가적 큰 사업을 평가하는 영광스런 일이지만 좀 심한 듯),
EU와의 FTA 홍보에는 수십억 쓰고, 협정문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수 많은 국민들의 안위가 달려있는 번역 작업 예산을 아꼈다는 모 정부 기관을 생각하면 수당의 많고 적음은 참아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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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개그 콘서트 9시쯤 뉴스에 나오는 김준현 어린이의 5분 논평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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