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ES를 처음 (학습목적으로) 가는 분들을 위한 안내 글이다.
난 CES를 꽤 여러번 가봤다. 전시를 하는 입장에서, 전시를 보는 입장에서, 거의 관광객 입장에서. 가장 최근에는 작년인 CES2023에 갔었다. 그리고 대단한 '기술적', 'CES라는 전시회의 목적성에 맞는' 후기가 아닌, '안 기술적인' 후기를 다음과 같이 적었었다.
기술 트렌드를 쫓아다녀야 하는 것이 직업이 아닌 이상, 먼나라에서 열리는 이벤트를 매년 가는 것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해서 CES2023 후기에서도 앞으로 몇 해는 CES에 안가도 될 거라고 적었다. 그런데 그 후에 상황이 좀 바뀌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2022년 말부터 AI 동네가 좀 이상해졌다.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저 세상 텐션으로 올라왔다. CES2023에 전시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AI 기술이 바뀐 상황을 잘 따라가지 못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지난 몇 달 동안 ChatGPT나 다른 LLM을 기반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많은 AI 기반 제품, 서비스가 이미 많이 나왔고, 앞으로 CES까지 남은 짧은 기간에도 더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3D TV와 같이 혁신을 가장한 상상력 잔치가 되었던 몇번의 CES와는 달리 CES2024는 뭔가 명백한 미래의 일부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 이어 또 가볼까 해서 사전 등록을 했었다. 뭐 사전 등록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바뜨, CES 기간 언저리의 개인적인 일정이 매우 복잡해져서 현재로서는 아주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좋은 점은 돈이 굳었다는 것이다. CES 기간은 비행기 값이 비싸다. 직항은 늘 자리가 없고 LA, SF, 시애틀, 밴쿠버, 심지어 하와이 경유편들도 비싸고, 라스베가스 도착, 출발 기준으로는 좋은 시간대 로컬 비행편 예약도 만만치 않다. 숙소 관점에서는 라스베가스라는 곳은 호텔이 워낙 많은 관광지이라서 잘 곳이 없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으나, 전시장 접근성이 좋은 숙소나 이름 들어본 호텔들은 비싸거나 매우 비싸다. 음... 예약을 안해도 된다. 고민거리가 없어졌다.
어쨌거나 올해는 못간다. 그런데 내가 안가는 것과 상관없이 모처에서 CES 처음 가는 사람(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래서 준비했다.
평소에 Tech 트렌드를 아주 잘 쫓아가고 있던 분들은 거의 그냥 가도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CES와 같은 큰 전시회에 뭔가 계획없이 가면 나중에 큰 부스들 몇 개만 기억에 남고, 조금 강렬한 느낌의 전시물들이 아른거릴 뿐, 구체적으로 뭘 봤는지에 관한 설명을 할 수 없을 수준으로 '그냥' 다녀오게 된다. 실제 CES의 중요한 메시지는 보도자료만 봐도 충분할 수 있도 있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보고, 현장감을 느끼고, 질문을 하여 생각을 공유 받고, 잘 하면 뭔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시장에 직접 가는 것이다.
AI가 비교적 중심에 있을 'CES2024가 보여줄 기술트렌드', '이런 혁신 직접 눈으로 확인해라', '큰 회사의 CEO가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등등은 12월이 되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거다. 그런거 전문으로 하는 훌륭한 분들도 많고, 그게 사업 영역인 회사도 있어 유료로 서비스도 한다. 사실, CES 기간 동안에 YouTube와 소셜미디어에는 CES 사진, 동영상, 기사가 넘쳐난다. CES가 끝나고 나면 그걸 정리해주는 유료/무료 세미나도 많이 열린다. 유/무료 CES2024 트렌드 보고서도 많이 나온다. 여러 증권사들이 완전 훌륭한 분석 및 전망 레포트를 만들어 배포한다. 1월 말쯤 되면 모든 사람이 자기가 직접 CES에 갔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대강 보러 갈거면 안가도 된다는 뜻이다.
예전엔 높은 분들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설명해주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장관이나 대기업 총수 정도면 지금도 그렇다. 그냥 비행기와 현지 교통, 숙박, 약간의 관광만 제공하는 참관 지원 서비스도 있지만, 최근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도슨트처럼 기술적 해설을 해주고, 통역도 해주고, 전시 업체에게 질문도 대표로 해주고, 본 것을 정리하는 세션까지 마련해서 전시회 구경간 사람들이 봐야할 것을 제대로 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찐한 유료 참관단 서비스도 많다. '해설' 글자를 붙여 'CES2024 참관단' 검색을 하면 많이 찾을 수 있고, 전시장에 가면 그렇게 오신 분들이 그룹으로 깃발 꼽은 안내자를 따라 다니는 것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여러 나라에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다.) CES 라는 큰 전시회의 목적성에 맞춰 정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면 고려해볼만 하다.
CES 참관 안내를 위한 세미나에서는, 앞 절에서 언급한 서비스를 받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기술적인 전망 이런건 제외하고" CES를 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미 몇 차례 갔었던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고, 전시회 참관도 사람이 하는 행위의 일종인지라 나와 성향이 완전히 달라 전혀 다른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전시회라는 전문적인 영역에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와 상관없이 그냥 Las Vegas라는 유명한 관광 도시에서 며칠 지내는 방식은 나와 완전히 다를 수 있겠다. 내 의견과 다르다면 당신 말도 맞다. 댓글로 적어 이글을 읽은 다른 분에게 알리시라.
--> 아래에서 슬라이드도 볼 수 있고 (슬라이드는 CC-BY-NC-SA 라이선스이다.) <--
--> 클릭하면 구글드라이브에서 PPTX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 CES 개요 - 뻔한 이야기이다. 예전엔 정말 Consumer Electric을 다루던 Show 였는데, 지금은 뭔가
'기술'이 들어간돈이 되는건 다 다룬다는 설명이다. - CES2024 개요 - 어디서 많이 들었음직한, 또 CES 홈페이지에 있는 이야기들이다. CES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라는 기관에서 "상업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 그래서 유지해야 할 관점 - CTA와 돈 내고 전시에 참가하는 업체와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이다. 너무 터무니 없지만 않으면, 돈으로 Trend를 조금 조장할 수도 있고, 별거 없어도 "Featured" 등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 CES2024에서도 600개 이상의 제품에 줄 것으로 예상되는 CES 혁신상(CES Innovation Award) 제품들에는 누가봐도 혁신적인 것들도 있지만, 혁신과 약간 거리가 있어보이는 것도 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겠지... 꼭 돈으로 상을 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 보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 AI - CES2024의 핵심 주제는 AI다. 모든 제품 서비스에 이 단어가 들어갈 거다. 왜 AI가 중요한가? 딱 한가지 이유이다. 돈이 되거나 절약되기 때문이다.
- 전시회를 '보기' 위한 준비 - CES 같은 큰 전시회를 작정을 하고 가는 학생들을 위해서 가능하면 전시에 몰입하여 주도적인 입장에서 관람을 하고, 그 결과가 뭔가 배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준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적었다. 요즘 학생들은 회사를 잘 모른다. 세상에 의미있는 많은 회사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방법을 적었다. CES가 아니라 다른 전시회에서도 써볼만한 작전이고, 입사 면접에서도 써볼만 하다.
- 전시장에 '가기' 위한 준비 - 반나절 훑어보는 동네 전시회가 아닌 무지하게 큰 전시회에 비싼 돈 내고 갈 때 준비할 내용을 적었다.
- 전시를 '안 보기' 위한 준비 - CES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다. 짧고 출장스럽게 가는 관광지로서 라스베가스에서 CES 보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적었다.
학생이 아니라면 몇 가지 더 있기는 한데, 세미나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면 거기까지 가서 같이 간 한국 사람들끼리 몰려다니지 말라는 등등.. 이건 뭐 한번만 가보면 다들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상이다.
ps. 다시 말하지만, 나와 의견이 다르다면 당신 말도 맞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을 다른 분들이 다양한 견해를 볼 수 있도록 아래에 댓글로 적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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