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의 학교는 어떤 틀에 애들을 가두고, 뭔가를 가르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배우는' 행위가 이루어지려면 학생들의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우리 학교들은 숙제를 내고 시험을 보는 방법으로 외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집중해왔다.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적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 자체가 '내적 동기'가 발휘될 기회를 줄이거나,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내적 동기'가 확보되기까지 학생들은 많은 것에 노출되어야 하기때문에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필요한 그 시간을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다려주는 대신, 상급 학교나 사회가 선택한 쉬운 방법은 그 시간이 크게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고르기 위한 선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부모들은 그 절차의 숨어있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아주 드문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건너뛰고, 그 선발 절차를 무리해서 통과한 학생들과, 역시 무리했지만 통과못한 학생들이 양산되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는 위 문제와 그 결과를 확인해왔다. 하지만, 국가적인 장기 대책이 별로 마련되지 않았다. 몇몇 바람직한 정책은 신뢰를 쌓기 위한 기다림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 이해가 잘 안되는 정치적 이유, 별 근거없는 산업적인 이유 등으로 외면되어 왔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식 자본주의가 있는 나라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교육을 '비용'의 관점에 보기 시작한 것이 문제의 발단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교육의 목표가 그것은 아니었겠지만, 성과지표와 그 성과를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사람이 가진 스킬'의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학교가, 특히 대학교가 해왔던 일은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아직 '동기'가 확보되지 않았을지 모르는 학생들의 머리에 '스킬'을 효과적으로 넣는 노력이었다. 많은 열정적인 교수들은 그 노력이 비싼 등록금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아직도 믿고 있다.


교육의 가치가 '스킬'에 집중되어 발생하는 현상은 교육의 결과 만들어진 사람의 유형이다. 세상은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통하여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문제 해결형' 인재가 필요한데, 스킬 중심 교육은 문제가 일으킨 현상들을 객관식으로 분류하고 대증적 요법으로 치유하여 문제를 숨기는 '문제 풀이형' 인재를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지금 대학교에는 공부는 하지만 왜 하는지는 모르는, 또는 왜 하는지는 알지만, 자기가 만들어낸 이유가 아닌  동기 부족 학생들이 매우 많다. 이 상황 자체의 책임이 온전히 대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한 축으로서, 대학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색해야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의 존재 이유를 사회와 어린 학생들에 잘 설명하지 못했다. 어린 학생들에게 제공했어야 할 '동기 부여', 더 바람직하게는 '동기 유발'이라는 거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사회와 산업에 긍정적 임팩트를 주는 연구와 함께, 대학과 교수들이 좀 더 초중고등학교에 신경써야 한다. 또한 산업 사회에서 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인 것이 분명한 기업들이,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도록 설득하는 일도 그나마 말발이 좀 먹히는 대학교수들이 담당해야할 몫이다. 기업은 마음급한 주주들의 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과 상관없는 교육 투자를 마음 깊은 곳에서는 '모럴 해저드' 또는 '보상이 없는 비용'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가르치는 과정으로서의 교육보다 배우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이 가치로우려면 교육이 어떤 구체적인 행위라기보다는 '문화'처럼 인식되어야 한다. 이 문화를 대학도, 기업도 수용하고 또 지원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또, 대학교에서 사람 자체를 배우도록 하는 교육,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육, 각 전공 영역들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관한 교육을 더 효과적으로 해야한다. '강화해야한다'가 아니라 '효과적으로 해야한다' 이다. 이미 많은 과목이 열려있고, 많은 과목을 학생들이 듣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통과의례처럼 위 영역들을 구분해서 듣고 학점을 취득하기 때문에 가르침과 배움의 결과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효과적인 방법의 도입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이미 많은 연구가 되어 있고,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거의 '하기만 하면' 되는 또는 '조금만 개선하면' 되는 수준이라고 나는 믿는다.


*


사족. 다행히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문제에 대한 인식도 늘어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대안도 마련되고 있어 희망도 없지는 않다. '내적 동기'를 찾아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대안 교육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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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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