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태어난 것에 감사한 건 감사한 거고, 앞으로 AI 따위가 판치게 될 세상에 대해 준비도 해야 하기는 한다.

 

이러고 싶다.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이 글의 거친 표현으로 상처를 받으실지 모르는 교육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은 약간 뒤로하고, 그냥 퉁쳐서 이야기해 보자.

 

인간을 포함한 세상을 보는 법으로 시작했던 교육이, 산업 사회에 들어오면서 매뉴얼을 가르치는 것으로 바뀌고, 인공위성이 뜨고 나서 STEM이 중요해졌다.

 

그러면서 개념적으로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소통, 협업과 같은 소프트한 면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제도권 교육의 실질적(측정가능한) 목표가 사람 그 자체라기보다는 대학, 직업과 같은 '자리'라는 점이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 전 세계의 교육 현실이다.

 

목표가 명확하므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보다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 '어떻게'의 방식이 preK-12를 지나 대학까지의 공교육을 포함하는 교육 시스템이었고, 사교육이었고, 에듀테크였고, 지금의 교육 관련 AI 도구들이었다. 

 

교육은 돈으로 완성된다. 그 '어떻게' 부분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돈과 세금이 기꺼이 쓰인다. 그 유명한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마을이 든다'라는 것은 세금과 직접 당사자의 교육비 투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교육 목표인 '자리'가 한정적이고, 세금이 쓰이기 때문에 교육은 정치적이다.

 

그런데 AI 따위가 나타나, 다시 '어떻게' 보다는 '교육 목표'와 '무엇을' 부분의 정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또 학교가 필요하냐? 라는 이야기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일찍 태어난 우리가, 애써 '우리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밥벌이가 되는' 그 기본이 계속 중요할 거다, 크게 바꿀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1. AI가 너무 자연스러워질, 또는
  2. AI를 잘 부리면서 살아갈, 또는
  3. AI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또는
  4. AI 지배 아래 살 수도 있는

세대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늦었을지도 모르는 지금, 그 논의를 시작해야 나중 세대를 위한 교육을 완성할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 (매우 포괄적으로) '질문을 잘하는 법'이 그 '무엇을'의 강력한 후보다. 맞을까? AI가 모든 질문을 하게 되지 않을까?
  • 아직 AI로는 어림도 없는 많은 영역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영역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가? 그리고 너무 좁지 않나?
  • 인간만 가지고 있는 뭔가 (감정, 감성, 공감, ...)가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교육으로 그게 해결되었는가?
  • 세상을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한다. AI도 계속 그렇게 여길까?

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는 수준이다. 

 

교육 목표와 '무엇을'을 논의할 때는, 필연적으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널리 퍼진 듯하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생각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틀이 없는 관계로 논의가 어렵다는 말이다. 또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AI를 본적도 없는 철학자들의 생각을 많이 언급하는데, 그 생각은 위에서 언급한 다음 세대 상황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3번 상황에만 적용될 것 같아서 구체적인 교육 행위의 목표나 '무엇을'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 1, 2, 4번 상황까지에 살아갈 사람들의 입장, 그런 세상을 의도적이던 아니던 만들어 가는 사람(AI 연구자)의 생각이 중요하다. (AI를 만드는 BigTech 들을 1, 2, 3, 4를 모두 말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떻게' 부분 이야기에만 더 집중하고 있다.)

 

아직 답은 없다. 꽤 오랫동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다시 '어떻게'를 이야기 해야한다.

 

#나는AI가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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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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