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끝났다. 들어온 아이들 숫자가 파악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들어온 아이들과 나간 아이들 숫자가 다른 마지막 사고'도 이미 발생한 상태에서 끝났다.

 

새만금을 떠나는 잼버리

 

초기에는 어처구니 없게 진행되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태풍 카눈이 재앙적 실패를 막아준 듯한 느낌마저 든다. 공식적인 폐영식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였지만, 새만금을 포기하고 떠나는 순간 '그' 잼버리는 끝난 셈이다. '준비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고, 그냥 돈만 쓰고 아이들이 머물 공간을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수 있겠다.

 

새만금을 떠난 아이들 누군가는 호텔에서, 누군가는 군 기지에서, 누군가는 어느 대학의 기숙사, 어느 회사의 연수원, 어느 절의 숙소에서 잤고, 또 누군가는 아래 사진과 같은 강당 바닥에서 잤다. 

 

새만금보다 못했다는

 

그리고 아이들을 다시 모아, 무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K-Pop 쑈로 마무리를 했다. 이걸로 퉁쳤다.

 

공동취재단 사진 (한겨레 신문에서 퍼옴)

 

잼버리의 마무리 과정에서 여러 민간기업, 대학, 공공기관과 그 소속의 많은 분들이 급작스럽게 애를 많이 썼다.

 

이런 큰 행사는 워낙 많은 참가자가 있고 주최측 인원도 많이 동원된다. 당연하게도 만족스러운 참가자도 있고, 열심히 일한 지원 인력이 더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뭔가 준비가 부족했거나, 준비가 전혀 안된 구석도 있고, 불가항력적으로 일이 틀어지는 일도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하게 될 때, 더 잘 하기 위해 회고라는 것을 한다.

 

이번 잼버리는 조직위원회 구성상 '중앙정부'의 사업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다시 ‘중앙정부’의 사업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사업의 책임이 있는 '이번' 중앙정부는 숫자들과 찍땡 스타일의 결과보고서 말고는 문서화를 할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정부 쪽의 회고는 포기하고, 다른 쪽의 회고 백서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이런 사업 마무리에 끌려들어 간 주요 관계자라면, 급작스럽게 진행된 이런 일이, 모르긴 몰라도 이번 정부에서는 앞으로도 몇 번 더 발생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 상당히 싸늘한 기록을 다시보기 위해 남기려고 노력할 것 같다.

 

 

아직 '정산'이 안 끝났을 것이므로, 정산이 완료되면

 

각 기관 별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회고하고 각자의 문서도 만들고, 다들 모여 정리하여 제대로된 백서와 앞으로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런 거 하는데 돈 얼마 안 든다. 공문 또는 전화한 기록도 있을 것이고, 다들 사진도 찍었을 것이므로,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는 거다.

 

그리고, 각 기관의 담당했던 분들 모아, 워크숍을 하면된다. 반나절, 길어야 종일 워크숍이면 충분하다. 아마 한풀이 워크숍이 될 거다. 많은 경우 벌어진 일들의 양상이 비슷할 것이 때문에 목차를 잡아 정리하고, 각 꼭지에서 발생한 각자 특이했던 상황에 대하여 기록하면 된다. 그룹별로 모여 이야기하고 그 한  모든 발언들을 녹음하고, 음성 인식기로 Text화 한다.

 

다큐멘터리 작가님 한두분을 섭외하여 워크숍에 참여하게 하고, 각 기관의 기초 문서, 워크숍 녹취록을 기반으로 백서를 만드는 거다. 워크숍 공간, 식사비용, 참가자들 수고비, 작가 비용, 출판, 배포 비용, 약간의 행정 비용, 행사 지원 비용 든다. 이거를 통째로 외주를 줘도 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백서의 내용이 될 거다.

 

이 백서는 잼버리에 관한 백서가 아니다. 잼버리가 망가진 후 수습에 관한 백서다.

백서는 Part I, Part II로 나누어,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수습 과정을 적으면 좋겠다.

 

  • Part 1: 아이들을 수용한 기관 편
  • Part 2: K-POP 쑈 준비한 기관 편

 

먼저, 새만금에서 나온 아이들을 수용한, 각 수습 기관  입장에서..

 

  • 처음 어떻게 연락을 받고
  • 어떤 사전 준비를 했는지
  • (참가자, 지원인력의) 먹거리, 잠자리, 이동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 입소, 퇴소 과정의 절차, 스카우트와 지도자들에게 안내된 내용
  • 어떤 활동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했으며, 의미를 어떻게 부여했는지
  • 안전, 문화적 차이 문제 대책 (숙소, 이동, 식사-알러지, 할랄 등)
  • 각 단계별로 문제는 뭐였고,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 최종적으로 소요된 지원 인력들(숫자와 역할)과 비용은 얼마인지 
  • 준비된 내용과 실제 시행 결과가 어떻게 달랐고, 뭘 놓쳤는지 어떤 경우엔 왜 놓칠 수밖에 없었는지
  • 이 모든 것의 계약 관계와 비용 정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 싸늘한 회고 (또 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또 해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잼버리 폐영식과 K-POP 콘서트도 급하게 기획되었는데, 콘서트를 급하게 기획한 KBS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백서를 별도로 만들면 좋겠다.

 

  • 어떻게 어떤 경로로 연락을 받고, 일이 시작되었는지 
  • 처음의 밀당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느 정도 밀당이 가능했는지
  • 장소 섭외 과정 
  • 출연진 섭외 및 개별 사정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 장소의 준비 (임대 계약, 무대 설치 관련) 
  • 관객 쪽 준비 (입장, 퇴장 및 동선 계획, 자리배치, 관객 주의 사항 등 준비와 안내문 내역) 
  • 콘틴전시 플랜들 (출연진 펑크, 관객 일부 미도착, 미입장, 무대 설치 미비)
  • 퇴영식 자체와 콘서트 쪽 기획/운영 주체가 달랐을 수도 있는데 조율 과정 
  • 안전문제 대책 (소방서, 경찰서, 군대? 등과의 사전 조율)
  • (할 일과 책임의 한계, 그액 지불 조건등을 정한) 모든 계약들의 조건들 
  • 특히, 축구장이므로 잔디 보호를 위한 조치들
  • 실제 모든 일의 계획과 결과의 차이 및 놓친 점들
  • 실행 단계에서의 사건 사고들과 처리 과정
  • 싸늘한 회고 (또 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또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백서의 제목은

‘정부의 한계를 민간이 극복하는 절차와 비용’

정도로 하면 좋겠는데, 크게 상관은 없겠다.

 

다 모아서, 만들면 좋겠지만,  단 한 군데의 기관이라도 이런 백서를 만들면 좋겠다.

할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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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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