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프트웨어 역량이 높은 혁신 인재 양성을 목표로 Innovation Academy를 만듭니다. 제가 그 기관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1번 직원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우선 고맙다는 인사를 이 글을 빌어 드립니다.

 

어쩌면 적지않은 분들이 한달 전 쯤 제 얼굴이 나온 기사를 보고 이런 기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셨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Innovation Academy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8월 정도이고, 대통령께서 연초에 올해 이런 기관이 설립된다는 언급하시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실제 예산의 확보, 설립 절차, 교육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그리고 설립추진단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지금도 IITP가 행정적인 모든 지원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가장 중요한, 공간은 서울시의 통큰 기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개포동의 서울디지털혁신파크에서 올해 안에 개교를 하고 이후 확장을 할 예정입니다. 좀 급하기는 합니다.

 

이 기관은 적지 않은 세금을 기초로 설립되고 운영되지만, 가능하면 '독립적 거버넌스'를 유지하기 위하여,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이 구조가 정부 추진 사업에서 그간 발생했던 바람직하지 않은 이슈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그럴듯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간 준비했던 재단 설립이 완료되고, 더 빠른 추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재단과 교육 기관을 꾸려나갈 인재 모집도 바로 시작됩니다.

 

기관의 수치적 목표는 연 500명의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에서 관찰되는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500명은 그저 없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의 규모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관이 해야할 더 중요한 일은 500명이 5천명 또 5만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과 민간에서 더 훌륭한 인력을 더 많이 키워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를 잘 만드는 일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이전의 산업들과는 조금 달라서, 또 지금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여러 학교, 기관, 회사, 그리고 커뮤니티들이 이런저런 교육 실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가운데 꽤 성공적인 것도, 또 잘 안된 것도 있습니다. 잘 안된 대부분의 원인은 '쓸만한 인력'이 가져야 할 역량 자체가 많아져서 원래 어려워졌다는 점, 또 그 역량들 가운데 우리가 믿어왔고 해왔던 어쩌면 지금도 하고 있는 정형화된 '교육'을 통해 습득 가능한 영역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학습 방법과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 때문입니다. 모두 눈에 보이는 이유이기 때문에, 이전의 교육 기관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성공적 교육 시스템 완성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였거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하였거나, 몸이 무거워 기존의 교육 방법,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기 힘들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지속하기가 어려웠을 뿐입니다. 또 그 교육의 결과 가운데 아주 일부만 공개되어 왔기 때문에 비슷한 실패가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교육은 철학에서 시작해서 돈으로 완성됩니다. 철학은 백만 가지가 있어 복잡하지만 해볼 것이 많아 좋습니다. 그런데 돈은 한 가지인 반면에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교육은 돈에서 실패합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리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 관리라는 것은 효율성과 효과성을 같이 보고, 밸런스를 유지하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최고의 효율,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교육 작전이 매뉴얼로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도, 기술도, 그리고 배움의 주체인 학생이 바뀌기 때문에 계속되는 실험이 필요하고, 마땅히 교육의 최종 수혜자인 국가와 산업이 그 실험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가가 그 교육의 주체라면 모든 과정과 결과가 공개되고, 먼저 했던 실패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Innovation Academy를 소중한 세금으로 만드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중대한 하나는 그 실패를 먼저하고 공유하여 민간이 더 효율적으로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아이의 교육에 온 마을이 물심양면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교육보다 배움이 중요해진 요즘에 그 진정한 의미는 '아이가 스스로 배우며 겪을 모든 실패, 그 실패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온 마을이 함께 견뎌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실패를 참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실패를 경험으로 조금씩 성공쪽으로 가면서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계가 풍성해 질 것입니다. Innovation Academy가 그 생태계를 만드는데 여러 역할을 하겠습니다.

 

Innovation Academy가 추구하는 '기술적'인 사업들은 다음과 같으며, 준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차를 두고 진행하려고 합니다. 급한 영역도 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다 정해지지 않은 일들이고 구체화가 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1.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Ecole 42 시스템의 도입 : Ecole 42는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운영 효율과 성과 관점에서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자기 학습으로 배우며, 협업 학습을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성장을 지원합니다. 이 시스템으로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학습 역량이 높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적지 않은 규모로 키워내도록 하겠습니다.

  2. 새로운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 지원 환경의 개발 : 소프트웨어 교육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교육이 지속가능하려면 투입된 자원과 콘텐츠, 그리고 결과적인 역량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커뮤니티와 함께 발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도 하여 시스템을 직접 개선하는 작업도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이전에 시도가 없던 일입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3. 민간에서 계획 중인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의 실험의 지원 : 민간에서의 교육 실험들을 적극 지원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 실험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잘되던 그렇지 않던, 그 개별 실험들의 결과가 자세히 그리고 널리 퍼지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 사회적으로 산업적으로 반복되는 실패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교육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4.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 활성화 : 지금은 많은 회사들과 조직들이 노력하고는 있지만, 모든 회사가 소프트웨어가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아직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를 얻지 못한 더 많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기업이 이제 소프트웨어 기업이기 때문에 모든 규모의 회사, 즉 스타트업부터, 가장 일자리 창출 여력이 많은 중소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 글로벌 기업이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 기업들이 온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Developer Relationship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겠습니다. 또 우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가 작거나, 민간의 지원이 부족한 관계로 할 수 없었던, 하지만 필요했던 일들을 발굴하여 하도록 하겠습니다.

  5. 이미 우리 소프트웨어 교육 분야에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거나, 다양한 수준의 직접 교육을 여러 형태로 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이 있으며, 지금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자금의 원천이 세금인 다른 인력 양성 사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 개발자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 양성을 같이 하고 시장을 더 키워야 합니다. 당장은 Innovation Academy도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합니다. 하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Innovation Academy가 민간에서 진행되는 많은 노력들과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 구조로 일하겠습니다.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민간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겠습니다.

'교육은 100년 대계'라는 표현을 모두 아실 겁니다. 빠른 기술 변화가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 영역에서도 100년까지는 아니라도 꽤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세금으로 하는 일에는 절차적인 한계도 있고, 피하기 힘든 비효율도 있을 것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다양한 실험들의 실패'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가능한 모든 것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해보고 낱낱히 공개하여, 민간에서 더 좋은 시도를 하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우리가 좋은 결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이 아니고, Innovation Academy가 하는 모든 시도를 같이 봐주시고, 의견과 도움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는 뜻입니다.

 

고맙습니다.

 

이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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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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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9.08.01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될 거예요.
    응원합니다.
    :)

  2. PinkWink 2019.08.01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모델이 구축되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3. PrimeBae 2019.08.01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진정성이 넘치는 글 , 잘 읽었습니다ㅡ

  4. hkyoon 2019.08.02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이 아닌 지식이라는 보다 넓은 관점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기능인 보다는 기술과학인으로 설 수 있어야 미래의 주역이 되겠지요

  5. 이민규 2019.08.02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원합니다 :)

  6. 이강 2019.08.02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대하고 또 기대합니다.
    500명이 아닌라 50명이라도 진정한 고수를 양성해주세요. 대한민국의 리누스토발즈를 위하여!

  7. 건이두 2019.08.15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이 많은대, Innovation Academy로 검색해도 않나와요,
    홈페이지 링크라도 좀 알려주세요.

  8. 김태근 2019.09.04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