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Rel이 하는 일

 

  DevRel이 하는 일을 ‘딱 이거다’라고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요약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사회 환경 속에서, ‘어떻게 우리 제품을 알게 하고 배우고 채택하며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실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DevRel 팀도 회사 조직의 일부로서 내부적으론 ‘팀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내부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DevRel 채용 직무기술서를 보면 회사들이 DevRel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그 공통적인 역할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 개발자 대상의 세미나 및 교류 행사 기획 및 운영 : DevRel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로 외부 개발자에게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소개하거나 다른 기술과의 연동 사례 등을 발표하는 행사를 통해 우리 회사와 외부 개발자의 접점을 늘리는 일. 행사는 큰 규모의 컨퍼런스, 작은 규모의 세미나나 워크숍, 더 작은 밋업일 수 있으며, 최근에 팬데믹 상황에서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함.
  •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대외 커뮤니케이션 : 우리 소프트웨어 기술, 기술력, 기술적 비전을 외부에 알리고 활용 예를 보여줌으로써 제품 채택률을 높이는 일.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블로그 형태의 기술 문서를 작성하고 널리 배포·홍보하는 일로, DevRel 채용 요건에 개발 경력을 요구하는 이유가 이 부분 때문. 직접 기술 문서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내부 또는 외부 개발자를 문서 작성자로 섭외하고 글의 방향을 제시.
  • 커뮤니티 전략 기획, 구축 및 운영 : 우리 회사의 기술 또는 연관 기술을 만들거나 사용하는 사람들로 커뮤니티로 구성하고, 유지하고, 확대하는 일. 커뮤니티를 통해서 우리 기술을 전파하고 실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내부에 전달하여 제품의 개선을 도모. 커뮤니티의 구성 및 활성화는 그 구성원들 사이의 정보 교환을 통하여 우리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그 안에서 구성들 사이의 교류를 통한 다양한 성장 경험을 제공. 그리고 역량 있는 내부 개발자를 커뮤니티에 노출하고 스킨십을 늘려 회사의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개선. 커뮤니티를 통하여 회사가 주도하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와 기여자를 확보. 커뮤니티 전략에는 우리가 구성하는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의 기술과 관련이 있거나 개발자들이 많이 모인 다른 커뮤니티를 지원하거나 참여하는 것도 포함.
  • 개발자 생태계에 개발 문화를 알리는 마케팅 계획 :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블로그 등을 통해 외부에 잘 소개하고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 회사가 외부 개발자들에게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일. 즉, 우리 회사의 개발 문화가 어떻게 제품 서비스에 기여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개발자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소개. 
  • 소셜미디어 기획 및 운영 : 앞선 역할들을 잘 드러내서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바람직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사업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한 장을 마련하는 일로 개발자와 제품, 성공사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 내는 일. DevRel에서 실제 Relations에 해당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은 소셜미디어, 포럼, 게시판, 유튜브 등 채널이 다양한데, 채널별로 매체의 특성과 청중이 다르므로, 전달할 메시지를 구분하고, 톤 앤 매너를 달리하여 실행하고 그 성과를 측정하는 일.
  • (내외부) 개발자 교육 콘텐츠 프로그램 기획 : 내부 개발자들에 대한 새로운 기술 스택의 교육, 외부 개발자에 대한 우리 기술 교육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준비하는 일. 우리 내부 개발자들이 빠른 소프트웨어 기술의 변화에 맞춰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앞서 나가게 하거나, 적어도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 외부 개발자들에게는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기술이나 서비스, 우리 기술과 같이 사용되는 다른 기술과의 연동 등을 교육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거나 확보하고, 실행하는 일. 실제 교육은 온라인 동영상의 제공, 핸즈온(실습)을 포함하는 오프라인 교육, 세미나 등이 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외부의 연사를 초청하여 수행.
  • 오픈소스 프로그램의 운영 : 회사에서 오픈소스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확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내부 프로젝트들의 라이선스 검증 등을 하는 일. 상당히 많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최근엔 자사의 프로젝트를 오픈소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 과정에 필요한 지원과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성공을 지원. 오픈소스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 기술의 확산이라는 오픈소스 취지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하여 프로젝트 자체의 홍보, 외부 기여자의 참여 유도, 신규 참여자에 대한 배려, 프로젝트 운영 거버넌스의 확립이 필요하며 이를 DevRel이 지원. (최근 많은 회사가 오픈소스를 관리하는 조직(OSPO, Open Source Program Office)을 두고 있는데, 회사 규모에 따라 DevRel이 그 조직에 속해있는 예도 있고, 반대로 DevRel 팀에 오픈소스 담당자를 두기도 한다.)
  • 개발자 영입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 개발자 채용에 특화된 활동을 기획하고 개발팀, HR등 사내의 다른 조직들을 설득하여 운영하는 일. 타 직군과는 다를 수 있는 개발자 채용 절차를 확립하고, DevRel이 직접 또는 다른 사내 개발자를 대학이나 교육기관에 파견하여 회사의 기술과 개발 문화를 소개하여 지원하게 하거나, 개발자 행사에서 채용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여기에 속함.  워낙 모든 DevRel 역할의 명시적인 또는 묵시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는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고, 우리 개발 조직의 문화와도 맞는 개발자들이 입사 지원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우리 회사의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DevRel의 R&R에 개발자 채용이 들어있지 않은 회사도 있고, 개발자 영입 프로그램 기획 운영은 전통적으로 (Tech) HR 부서의 일이지만, 적어도 DevRel은 좋은 개발자를 뽑고 유지하기 위한 밑밥을 깔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HR 조직은 개발자 채용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개발자 채용 담당자는 채용이 필요한 개발 조직의 누군가가 맡고, HR 조직은 그 행정적인 절차만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DevRel은 개발팀과 HR 사이 어딘가에서 역할을 한다. 디지털전환을 준비하는 국내 전통 기업들은 특히 HR 부서의 개발자 채용 역량이 매우 부족한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만든 개발자 채용 가이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https://github.com/innovationacademy-kr/tech-hr)
  • 제품 비전 및 정의 : 큰 규모의 회사는 DevRel 조직을 특정 제품 팀마다 독립적으로 두기도 함. 제품 팀이 개발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지므로 DevRel은 해당 제품에 대한 시장 조사, 비전 설정 및 고객 인터뷰, 아이디어의 검증, 제품 피드백 확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API 표준과 문서 작성, 제품 생명 주기에 관한 결정에도 관여. 즉, 우리 제품의 고객이 우리 소프트웨어를 잘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높은 생산성을 얻게 만드는 개발자 경험을 주도.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DevRel 활동의 주요 목표, 즉, 위에 나열된 역할들의 지향점은 우리 기술의 채택률 제고이다. 그 중 소프트웨어 기술이 어떤 회사에 채택되고 사용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미디어, 이벤트, 밋업, 해커톤, 누군가의 추천,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 회사의 제품 서비스에 맞는 기능의 소프트웨어가 있는지를 확인. 
  2. 홈페이지, 각종 문서, FAQ, Github, StackOverflow 등을 탐색하여 그 소프트웨어의 기술적인 장단점을 살펴보고,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는지와 평판을 확인. 
  3.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여 샘플 코드를 실행해보는 등 동작을 확인하고 튜토리얼 등을 통해 사용법을 학습. 
  4. 간단한 PoC (Proof of Concept)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기능성, 개발 생산성, 기술 지원의 용이성, Learning Curve 확보를 위한 교육 콘텐츠가 있는지, 즉,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가졌는지의 확인.
  5. 우리 사업이 커질 때도 문제가 없는 확장성을 가졌는지, 즉 우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와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면 우리가 기술적으로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 기여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의 확인.

 

  위 과정의 대부분은 개발자가 수행하며, 이 과정의 여러 고려사항이 만족스러울 때, 실제 제품을 채택한다. DevRel은 우리 제품의 사용자가 될 개발자들이 제품 채택을 위한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일을 한다. 큰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들은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여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쉽게 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API, SDK)를 가지고 있는데, 수많은 외부 개발자를 모두 개별 지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큰 규모의 개발자 컨퍼런스, 특정 그룹을 위한 밋업도 개최하고, 개발자들이 스스로 해보면서 배울 수 있도록 동영상 튜토리얼 등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2020 State of Developer Relations Report의 조사에 따르면 DevRel들이 외부 개발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수단들의 비중은 아래 그림과 같다 (3개 복수 응답). 큰 회사의 경우,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이벤트/컨퍼런스, 밋업, 워크숍에 주로 집중하고, 작은 회사는 상대적으로 콘텐츠 마케팅, 1:1 미팅, 소셜미디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활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은 Twitter, Github, 자사 웹사이트, Slack, StackOverflow 순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존재감이 큰 Facebook은 15위권 밖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DevRel의 외부 소통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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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 글은 DevRel의 나름대로 정의하고, 왜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하는지, DevRel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그들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DevRel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이다.

 

0. DevRel: 들어가는 말

1. DevRel이란 무엇인가?

2. DevRel은 왜 필요한가?

3. DevRel이 하는 일은?

4. DevRel에게 필요한 역량은?

5. DevRel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6. DevRel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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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동아비지니스리뷰(DBR)의 스페셜 리포트 '기업의 개발문화를 키우려면'에 기고한 DevRel에 관한 박스 글, 또 그 글의 시조격인 'DevRel 이란?' 글의 확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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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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