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대입

나라 이야기 2023. 6. 22. 21:39

페이스북에서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바꾸자고 했다. 많은 분이 찬동해주셨다.

 

수능을 자격 시험으로 바꾸고, 반드시 같이 추진해야하는 것은 초중고대의 상대 평가 제도, 그리고 입시에서 본고사/논술고사 금지이다. 별 차이도 없는 애들을 줄세워 고생시키면 나라에 한이 쌓이고, 결국 나라가 망한다.

 

우리보다 더 심하다는 중국 입시


그러면 대학은 애들을 어떻게 뽑나? 그건 대학이 알아서 결정하게 하자. 열공으로 학위를 받은 집단이 떼거지로 모인 곳이 대학이다. 자기 직장이 달려있으므로, 좋은 작전을 알아서 마련할거고 온갖 실험을 하게 될거다. 논술 시험이 아닌 에세이를 받을 수도 있고, 개별 면접, 모아 놓고 집단 면접도 할 거고, 그냥 추첨을 선택하는 대학도 있을거다. 또 어떤 대학은 특정 전문 영역에서 이미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낸 애들만 잘 골라서 뽑겠지. 또 좋은 학생 유치를 위해 고등학교에 가서 이제 큰 의미가 없는 등수말고 다른 뭐가 중요한지에 관한 설명 및 영업도 열심히 할거다. 또 되는 애들만 졸업시키려고 할 거다. 좋은 졸업생 평판을 유지해야하거든.

그리고 하나만 더 규제하자. 입시 전형료를 지금 수시 수준에서 동결하자. 추첨이라면 더 낮추자. 좋은 학생을 뽑는 비용을 대부분을 대학이 부담하게 하자. 회사가 직원뽑을 때 지원자가 돈을 내는 경우는 없다. 지원자 범람을 막기 위해 지금처럼 지원학교 수도 제한하자.

대신 정원도 등록금도 대학이 알아서 결정하게 하자. 대학들은 엄청난 산수를 할 거다. 리크루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자기 대학에 잘 맞는 학생을 뽑으려고 노력할거고, 등록금이 높은 대신 좋은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더 많이 줄거고, 졸업생이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정말 애쓸 거다. 좋은 지원자 - 좋은 입학생 - 좋은 졸업생 - 많은 기부 - 좋은 선발/학교환경/교수/연구/산학협력/reputaton에 투자 - 좋은 지원자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 이제 교육도 100년이 아니라 10년만 기다리면 된다.

인구가 계속 줄고있다. 장기적으로 학교가 훌륭하지 않으면, 그 대학 평판이 나빠진다, 지원자도 없어지고, 기부도 없어서 결국 아무나 다 받다가 학교가 망하고 교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이야기를 내부에서 매일 하게 될거다. 당장 유지를 위해 아무나 쉽게 뽑고, 비싼 등록금을 유지하는 것은 시대적으로도 맞지 않다. 평생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 교수들이 반발하고 다른 학교/산업으로 옮기거나 교수 채용도 어려워진다.

무슨 걱정이 드나? 대학들이 정원을 마구 늘리고 등록금도 마구 늘리고, 교수도 마구 뽑고, 건물도 마구 짓고 그럴것 같나? 교육은 사업이다. 닭이 좀 팔린다고 마구 튀겨 놓고, 가격도 마구 올리고, 가게도 마구 늘리고.. 그러지 않는다. 다들 생각이 있고, 결국엔 시장에선 좋은 회사가 이긴다. 학교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ROI가) 좋게 보이는 대학만 살아남는다.

이런다고 대학 서열화, 사교육이 없어질까? 그걸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지금도 천천히 그렇게 되고 있지만 다양성이 더 빠르게 증가하겠지. 사교육은 할 놈만 하게 되고, 같은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만하면 성적이 올라 남을 딛고 위로 올라가는 지금 시스템보다는 훨씬 사회적 다양성이 확보될거다.

10년을 기다리는 것이 답이다. 우리 입시 정책의 실패는 기다림의 실패로 정의할 수 있다.


아니면 말고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그 의견도 맞다.
한가지 조심스러운 의견 더 있는데 다음에 쓰자.

 

참고문서 : https://hl1itj.tistory.com/14 (대학이 등록금을 결정하는 다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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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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