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산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통 큰 지원을 한다는 뉴스가 마구 쏟아질 때, '5천만원만 주면 내가 만들어줄 수 있다.', '1억이면 된다' 라는 댓글이 많이 나왔다.
공개 소프트웨어의 힘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대부분은 이제 거의 공개 소프트웨어로 조달이 가능하고, 어차피 최적화의 이슈는 단말기 제조업체의 몫이니. 소위 말하는 '엮는' 작업만 잘 하고, 이쁜 껍데기(UI)를 씌우면 국산 플랫폼이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아싸~'

안드로이드가 나오고, 모든 제조업체의 관심이 피쳐폰에서 안드로이드 폰으로 넘어갔다. 안드로이드 관련하여 기술 (사실 보통은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 자체를 고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Linux 커널, 스마트폰을 위한 디바이스 드라이버, 플랫폼 지원을 위한 하부 아키텍춰 등에 관한 기술)을 가지고 있던 극히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피쳐폰 지원하던 업체들은 큰 어려움에 부딪혔었다. 상대적으로기술을 가지고 있던 회사는 자신들이 가진 '희소성' 있는 기술에 대한 대가를 그래도 짭짤하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간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공개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꾸역꾸역 소스를 보고 따라할 수 있다. 이전의 피쳐폰 지원 업체들도 6개월 또는 길어야 1년을 살아남기만 하면, 어차피 "용역"이기 때문에 좀 아는 척만 하면 이전에 제공하던 밤샘 서비스의 감동을 기억하는 '갑'들로부터 소정의 일을 받을 수 있다. 또 다시 시간과 돈을 바꾸는 것이 시작된다.

그 6개월 1년이 지나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국내 스마트폰 기술 공급 시장 상황에 대한 관찰은 정말로 위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많은 피쳐폰 시절의 대기업 하청 업체들이 이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에 용역의 형태, 즉 노동의 형태로 다시 기술을 제공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대기업 제조사가 원하는 App을 만들거나, 디바이스 드라이버 작성인데, 드라이버 작성 부분의 경우, 냉정한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베끼기 (cut & paste), 따라하기에 머물고 있다. 즉, Linux Kernel, 기본적인 운영체제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고,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와 커널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에서 소위 말하는 보드-서포트 (드라이버들을 작성하여, 커널과 안드로이드가 돌게 만드는일)를 간신히 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이해가 부족한 엔지니어에 의해 제공되는 기술은 다음 두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로, 주먹구구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저리 문제를 막았다 해도, 본질적인 기술의 이해없이 만들어진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품질은 기대 수준 이하가 된다. 이 문제는 결국 많은 비용의 추가로 수정되거나, 최종 사용자들의 인내심 발휘로 마무리된다. 수정 작업은, 기술의 본질에 둔감했던 '갑'의 책임도 크다는 반성과 함께, 그 추가 비용을 갑과 을이 분담하는 형태(즉, 좀 더 싼 인건비로 '을'이 추가 기간동안 작업)가 되기 쉽상이고, 이런 수정 과정은 다시 '을'의 경험치가 높아졌다는 잘못된 인식을 '갑'에게 심어주어, 기술이 없는 그 '을'에게 '갑'이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위의 '을'은 새로운 기술 시장 진입 초기에, 살아남기 위해, 기술이 있는 척 하면서, 싼 값에 '갑'에 대한 기술 지원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심오한 기술 제공 시장을 값싼 '노동' 시장을 바꾸어 정말로 기술을 가지고 있던 다른 '을' 회사들까지 도매금으로 날라가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이 현상은 경쟁에 의한 Man-Month 보상액의 감소(또는 허수로 추가 계산된 엔지니어 허용치의 감소)라는 형태로 나타나, 모든 '을' 회사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어차피 기술 지원에 로열티를 제공하는 '갑' 회사는 없기 때문에 MM으로 따지는 산수가 악화되는 것이다. (천만대가 팔려도 기술지원을 한 을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정리하면, 지금 대기업들은 제대로 된 '기술'을 제 값에 사지 않고, 어설픈 기술을 '노동'의 형태로 산 뒤, 그 어설픔을 또 다른 '싼 노동'의 형태로 메꾸는 격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시장 환경은 기술이 돈으로 바뀌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을'들의 '기술' 개발 의지를 약하게 만든다. 그 결과 개발자는 많지만 개발을 할 수 없는 개발자 밖에 없는 '갑'이, '을'의 기술을 이용하여 혁신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의 빠른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즉 같이 망하는 거다 (물리적으로 망하지 않아도 순이익이 남지 않는 장사가 된다.) 지금이 바로 그거다.

대기업은 '을'로부터 '노동'이 아닌 '기술'을 사야한다. 그래야 '을'은 그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만든다.

그 새로운 기술들은 모아져서 '갑'인 대기업의 먹거리가 된다.


정말이다.



Posted by 이민석 hl1i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