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들은 (주로 IT,SW 분야에 대하여) 국가 R&D, 인력양성 등 정부 정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하여
지인들 (대학교수, 중소기업 임원, 극히 일부 대기업 인사)들과 나눈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 입니다.

이글에서는 기존 정책의 장점도 분명있으나 그 부분보다는 나쁜점이 부각되었으며,

이런 걸 해야지 하는 것들 중에서, 아주 의미있어 보는 것도 있고, 조금은 허황된 것도 있습니다.
즐기듯이 보시면 감사하겠고,

저도 크지는 않지만 세금으로 지원되는 과제를 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이런 이야기할 자격이 있나 ?'라고 물으신다면 쥐구멍을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만,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올립니다.

의견을 많이 주시면 감사...

1. 단기적 국가 R&D 사업을 전면 중단

제가 가장 동감하는 정책 제안입니다. 쉽게 말하면 단기적인 지원을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겁니다. 기술적, 이론적 또 인력 infra를 만드는 장기적 기초 연구, 창의적 연구들은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해도 지원해야하겠죠.

현실적으로 많은 단기 (1,2,3년) 정책들은 별 의미없는, 시장 창출도 안되고, 못팔아먹을 물건 만들고 산업에 임팩트가 매우 부족한 논문 만들기 R&D에 들어갑니다.
무슨 사업심사를 해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후보 과제들이 부실해도 뭔가를 선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눠먹기'라는 표현도 사용되는데, 실제적으로는 요즘 작은 사업들의 선정과정은 생각보다 투명해서 '나눠먹기'보다는 '뿌려주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여러 회사(특히 소기업), 학교 연구실들이 이 R&D 자금을 받아 LAB, 회사를 유지하는데 사용합니다. 즉, 망해야 할 회사나, 그만해도 될 연구들이 세금으로 유지됩니다. 이걸 아주 좋게 이야기하면, R&D 자금이 (비효율적인) 인력양성에 들어가는 격입니다. 산업과 연구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건전한 생태계가 아주 중요한데, 많은 단기 R&D 정책 자금이 이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단기 R&D를 일단 수년간만 이라도 중단하면, 일단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망하고, 경쟁력 없는 연구는 중단되겠죠. 그리고 살아남는 조직들의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 얻은) 성과를 평가해서 새로운 연구에 대한 지원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때도, 회사의 경우에는, 지금처럼 극히 일부만 회수하는 지원금보다는, 나중에 꽤 많은 금액을 회수하는 (즉, 일부 지원, 일부 무이자 대출) 형태가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있는 회사만 돈 가져다 쓰고, 나중에 갚아라 이런 뜻이죠. 그것이 아마도 세금의 공정한 사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럼 아마도 R&D 자금이 꽤 남을 겁니다. 그걸로.

2. 모든 이공계 학생에게 장학금

어차피 인력 양성에 들어갔을 남은(?) 세금으로는 그 자금이 원래 사용되었을 분야의 학부 학생들에게 일괄적인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즉 이공계 대학생의 등록금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낮추자는 겁니다. 그냥 낮춰주면 더 좋고, 그것이 '심하게' 형평성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나중에 돈벌면, 월급에서 세금과 함께 국세청의 원천 징수로 원금을 갚아나가게 하면 될 것입니다. 저렴해진 등록금 때문에 훌륭한 인력들이 유입, 양성되면, 그들이 나름대로 value를 찾아 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이공계에 지원해봤자, 지원 받은 사람들중 꽤 많은 비중이 결국 전공과 다른 분야로 취직하게 되므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공계에서 전공 심화 교육을 받으면, 어떤 직종으로 옮겨가도 이공계 마인드를 유지하고 적용하는 노력을 결국 하게 될 거라는 대승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력 양성이 100년 대계라던가요 ?

3. IT 관련 규제 또는 활성화 대책을 세우지 말자.

이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전에 성공적인 대규모 R&D 사업인 전전자교환기, 이동전화 (CDMA) 사업들은 R&D  투자와 함께 시장을 만드는 정책을 같이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시장만들기를 이런저런 이유로 할 수 없습니다. (WTO, FTA, 또 여러 정치적 이유 등등) 그래서 직접 시장 창출은 안되고,

가끔 정부가 시장 활성화, 또는 규제 정책을 내놓습니다. (규제는 풍선 효과로 다른 부분을 활성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시장을 왜곡합니다. 효과가 별로 없는 투자를 유도하고, 엉뚱한 곳에 세금이 사용되도록 합니다.

WIPI, 공인인증서, 게임등급제, 최근의 게임 셧다운제까지, 최소한의 법률과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만 감시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기면 될 일들을, 정부가, 아주 구체적인 규제나 의무 사용 정책 등으로 뭔가를 하려는 것은 심한 부작용을 낳거나,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 비용 상승을 유도하거나, 세금이 들어가는 규제를 활용해서 국익엔 전혀 도움이 안되는 엄한 회사가 돈을 벌게 하거나, 효과는 전혀 없이 다른 새로운 문제들을 일으겼습니다.
 (WIPI는 스마트폰 시대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없어지게 했다는 문제를 만들었고, 공인인증서는 Active-X에 의한 보안 문제와, 특정 기업에 대한 종속이라는 큰 국가적 문제를 낳았고, 게임 등급제는 국가가 그렇게 강조하는 창조 산업을 막는 중대한 허들로 동작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가 해야할 일은, 시장이 공정한 경쟁에 의해 돌아갈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교육 외적인 놀이 환경만 만즐어 주면 됩니다.

4. 병역 혜택-1

지금의 병역제도는 국가를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아주 중요한 틀임에는 분명합니다만,  누구나 느끼듯이 비효율의 종합선물세트,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모든 지도자들이 강조해왔던 인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남용하는 최첨단 시스템입니다.
통상 대학 1 학년을 마치고 갔다오는 군대의 긍정적인 효과는 학생들이 복학 뒤, 진지하게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는 점 뿐입니다.
지금도 병역특례제도가 일부 있습니다. 보통 학생들에게는 경쟁률이 너무 높아 별 의미가 없는 제도에서부터, 뽑아야하는 중소기업에선 TO가 남고, 중소기업에서의 병역 특례를 바라보고, 석사과정에 진입하는 학생은 거의 없는 석사 특례 그리고 그 위쪽에 있는 특례 제도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관련 전공 학생들 가운데 적당한 qualification을 통과하면 (카투사 같은) 군대에서 IT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하고, 그 과제의 맡은 부분을 성공적으로 종료하면 제대를 시켜주는 제도가 있다면, 참 열심히 일할 겁니다. 제대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필요하면, 또 본인도 원하면, 정상 임금을 주고 고용도 하고, parttime으로 학교에도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해도 좋고.
대상 과제는 군대에서 필요한 SW, 공공성 장기 프로젝트 등, 잘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가 있을 수 있죠.

이런 제도에는 관리 문제가 심하게 따라 다닙니다. 안되는 애를 뽑았느니, 기여한게 없는데 제대를 시켰느니. 등등, 이 부분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이야기하는 프로세스로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독립적인 감리, 문서화, Peer Review 등등. 어차피 해야하는 설계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더 투자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 까요 ? 요즘에 이야기하는 모델, 플랫폼 기반 설계, TDD 등등 말이죠. 우리나라의 프로세스 능력을 키우는 중대한 계기도 마련될 겁니다.
이런 제도 (군대에서 개발만 잘하면 일찍 제대)가 있다면 아마 지원자가 넘쳐날 지도 모릅니다.

4. 병역 혜택-2

지원자에 따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개발보다는 어쩌면 좀더 소프트한 일도 있습니다. 
테스트 입니다. 테스팅은 아주 다양한 레벨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 노동에 가까운 테스트부터, 툴을 사용하는 테스트, 심각한 (?) 코딩이 수반되는 테스트까지. 이 부분은 아마도 근무시간을 정해놓고 기간도 정해서, 공익근무요원 처럼, 기존 산업특례처럼, 회사로 출근하는 방법으로도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Test 대상은 정부 사업, 민간 사업 등등 모든 것이 가능하죠. 
우리나라의 IT 산업, 융합 산업 전반에 품질이 아주 중요한 이슈인데, 그 가운데에서도 Test 부분을 국가에서 이런 방법으로 지원해 준다면 산업 전반에 아주 중요한 이득이 될 것입니다. 

테스트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5. 장애인, 노인 정책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일자리 정책에서도 테스팅 분야는 꽤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복지차원의 일자리 창출은 단순 육체 노동 중심으로 거리 환경 미화, 단순 가내 수공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이 그나마 이를 일부 보완하고 있습니다만)
테스팅 분야는 다양한 수준의 능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정부가 교육을 먼저 실시하고, 이들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유망하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아마 테스팅 분야는 우리나라가 IT, SW 발전에 비하여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인력 수요가 많아야만 하는 부분이며, 점차 IT 관련 제조업을 포함한 많은 작은 기업들이 이걸 느끼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품질도 기존의 복지 차원의 일자리 보다는 아주 좋을 것이 확실합니다.
좋은 (아마도 지속가능한, 잘하면 발전도 가능한) 일자리도 만들고 국산 제품 품질도 높이고...

6. IT 분야 교수수 감축, 평가 시스템 개선

아마 가장 쉽지 않는 제안인데, 이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분들이 학교가 아닌 산업 현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이건 대학의 역할 측면에서 반대도 많을 수 있는 아이디어 입니다. 아마도 교수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이 문제일 겁니다. 우리 대학들은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역할 규정이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률을 목표로 삼고, 취업률을 자랑하지만, 실제 그 안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교수에 대한 평가는 '논문' 위주입니다. SCI를 포함해서 실용성이 있던 없던, 숫자로 카운트하는 논문이 제일 중요하죠. 이런 평가는 최근 언론에서의 대학 평가에서도, 이전의 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산업체 연계 프로젝트 활동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실용적인 개발을 지향하는 중소기업청의 단기 산학연 과제에서도 SCI 논문 점수가 교수 평가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학 교수들은 대학원 과정, 이후의 산업체 경험을 거치면서 아마도 최고의 교육을 받고, 수 많은 R&D 과제를 해보고, 차근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멋지게 Presentation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받지 못한 훈련이 있다면, 놀랍게도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법이며, 선천적인 교수 능력을 가진 몇명을 제외하고는, 교수법에 관한 진지한 교육을 받을 기회도 거의 없이 시간 강사 경험과, 훌륭한 자신들의 스승을 롤 모델로 하여 따라하는 것입니다.
여러 교수, 학교 평가 제도 덕에, 이들이 교수가 된 후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가운데 '논문쓰는 능력'만을 주로 사용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지식과 Insight를 주는데 집중해야 하며, 학부 교육은 일부 실험 교육을 제외하고는 큰 규모의 강좌로 진행해도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기에, 지금 이공대 교수수를 대폭 감축하고.그들이 산업 현장에서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있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교수 수 감축 대신 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은, 교수 평가의 비중을 SCI 등 논문에서, 산업체 기여, 본연의 업무인 강의 등으로 크게 옮기면 됩니다. 학교마다, 또 필요하면 교수마다 그 비중에 차이를 두면 되는 것입니다.)

7. 더 이상 무수리 양성은 그만

정부의 인력 양성 정책은 대개 정해진 예산으로 '몇 명의 인력을 양성했나?'가 중요한 목표 입니다. 이 숫자 채우기는 이미  IT 분야에서만 따져도 수 많은 인력이 양성되는 대학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수리의 수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력입니다. 우리나라의 IT 산업에는 인력 구조상 중간이 매우 취약합니다. 중간층이라 하면 통상 팀장급 또는 팀장 후보급을 말합니다. 또 2~3 경력의 초급 엔지니어들을 교육하여 수준을 더 끌어 올리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들이 업무 분야를 바꾸기 위한 다른 분야의 초급 교육은 더러 받기도 하지만, 같은 업무를 계속하면, 기술이 차근하게 진보됨에도 불구하고, 거의 100% 경험에만 의존하여 skill-level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IT 인력의 career path 라는 것 자체를 잘 정의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architect를 양성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 고급 인력 교육에 투자를 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정책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위의 숫자 중심 목표 관리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대상자 수도 적고,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엔지니어를 데려다가 (숫자는 offline 교육생 count로 하기 때문에) 교육을 해야하는데, 그런 시간을 허락해줄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어야 하기에 수퍼맨이 필요한데 수퍼맨을 양성하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 부분은 참 어려운 것인데, online 교육이 어쩌면 제한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요가 적은 기술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집에서도 보고, 지하철에서도 보고, 또 교육에 걸맞는 인증 시험을 거쳐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olc.oss.kr 같은 곳이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뭘 좀 아는 사람들에겐 온라인 교육도 꽤 효과적입니다.
그 보다 더 위쪽인 Architect 급 인력은 어떻게 양성될 수 있을까요 ? 그 부분은 아주 의문입니다. IT 산업과 인력이 stable 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공정해지면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무수리 양성 비용이 줄면, 그돈으로 훌륭한 고급 기술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아마 고급 교육 콘텐츠는 돈도 많이 들겠죠), 그래도 남는 돈은 등록을 깍는데, 또는 대학교 교육의 질을 조금 더 높이는데 사용하면 됩니다.

8. W 자 들어가는 사업의 전면폐지

최근에는 World로 시작하는 정부 사업이 몇개 생겼습니다. 그중 하나는 해외 석학 (주로,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어떤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학자)를 데려다가 국내의 학자들과 cowork을 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역량을 높이고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자는 겁니다. 당연히 cowork을 잘 하면 좋겠지만, cowork은 그 분들이 꼭 한국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분들을 가까이서 뵐 수 있고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으나, 바쁜 해외 석학을 많은 비용을 들여, '물리적으로' 한국 땅에 붙잡아 놓는 것이, 우리나라와 그분들에게, 다른 방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효율적인지에 대하여는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또 다른 W 자 들어가는 사업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또는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제품)을 만들자는 사업입니다. '용두사미'의 전형으로 기록될 이 사업은 단기간에 world best를 만들어야 하는 목표가 달려있는 터라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또는 어떤 윗분의 의지에 의해서 긴 고민없이 만들어진) 사업은 그 성과도 그 정치가 효력을 유지하는 기간안에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단기성과를 어떤 과제가 만들어내고, 그 성과물이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면 그런 item은 아마도 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이며, 복잡한 절차, 심사, 감사 등을 감수하며 정부 과제로 진행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다시말해 대기업이 스스로가 볼 때도 훌륭한 item은 알아서 잘 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 지원이 보통은 필요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세계 시장을 인위적으로, 그것도 단기에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누가 봐도 시장성이 없는 world best 제품은 제품에 사용된 일부 기술이 best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업의 이름만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W 자를 빼고, 그냥 규모가 큰 국가 R&D 라고 하면, 역시 앞쪽에서 언급한 비교적 단기의 국가 R&D들과 같은 길을 가겠죠)

9. 국책 R&D 기관의 역할 조정

대전을 비롯하여 전국에 무슨 무슨 국책 연구소가 많이 있습니다. 이 연구소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먼 미래에 사용될 창의적인 기술 연구에 100% 매진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지금의 국책 연구소들은 규모가 비교적 작은 단기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대학이나, 심지어는 중소기업들과도 경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PBS (Project Based System)라고 불리는 제도 때문인데, 이 제도는 쉽게 정리하면 연구소 내부의 팀들이 자기 밥벌이를 자기가 하자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성과가 단기에 나지 않는 장기 연구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당장 연구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단기 정부 과제들에 손을 뻗치고, 정부의 R&D 과제를 기획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연구소가 수주하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PBS 시스템은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고급 두뇌집단인 연구소 인력들의 job security를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제도입니다. 국가의 장기적인 먹거리를 추구해야하는 국책 연구소는 독립적인 기획/평가 기구를 만들고, 독립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합니다. PBS를 도입한 훌륭한 이유도 있지만,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장기적 창의적 R&D가 필요하지 않다면, 세금으로 운영되는 해당 분야의 연구소를 해체하는 것이 합당하며, 그런 연구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PBS가 아닌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1. 탄성에 젖어 지속하는, 효과없는 R&D는 중단하자. 생태계만 교란한다.
2. 남는 돈으로 인력을 효과적으로 양성하고 활용하자.
3. 정부는 규제를 풀고, 공정성만 감시하자.
4. 누가 뭐래도 장기적인, 창의적인 연구는 제대로 지원을 하자.

이런 겁니다.
그밖에도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다음 기회에 더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comment, 의견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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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민석 hl1i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