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내 주변 이야기 2023. 11. 3. 21:11
Disclaimer

어린 것들아 너희는 모르겠지만
60이 되어도 마음은 30년전과 똑 같다.
아마 나보다 30 더 많으신 아버지도 
마음은 아직 60년 전과 같다고 생각하실거다.

 

0.   늙어가는 걸 잘 모르다가,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이야기가

이미 40년도 더 된 이야기라는 것을,

내가 요즘 학생들 나이 때,

어른들이 815 해방과 625 전쟁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늙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말하다가 '예전에' 가 붙으면 적어도 20년 전 이야기이다.

 

1.   몸은 조금씩 달라져,

 

작은 상처가 아무는데 예전보다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린다.

상처가 아니라도 좀 세게 긁으면 그 흔적이 더 오래간다.

피부에 색깔 약간 다른 애들이 보인다.

자세를 바꿀 때 '끙' 소리를 낸 지는 꽤 되었고,

자다가 내장에 눌려 힘든 나머지 돌아눕는 것도 일상이다.

 

2.   크면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법, 공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40년을 살았다.

 

그리고 사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결혼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고

아빠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누군가의 아빠가 되어

25년 이상을 살았다.

 

선생님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교수가 되었고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앞에 설 때도 있었다.

 

저절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거의 없었고,

돌이켜 보면, 극히 일부 일들에 대해서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기는 했다.

 

앞으로도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놀 시간이 많아질 거고,

늙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늙어갈까봐 조금 걱정된다.

 

3.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줄어든다는 것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간다는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학교 때는 서기 2000년만 되면, 

해저도시에 살고 수학여행은 우주로 가고

당연히 집안일은 로봇이 한다고들 그랬다.

 

지금, 그 2000년이 지난지 20년도 넘는데

아직도 일터, 군대에서 젊은이들이 죽고,

아직도 전쟁으로, 기아로, 아이들이 죽는다.

 

앞으로 30년 후가 되어도,

세상도 별로 바뀌지 않고,

나도 더 어른이 될 것 같지는 않다.

 

5.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간 내가 서있는 자리가 아니라, 

내 자신 그대로로 봐주신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뿐이다.

 

삼천갑자 동방삭 (三千甲子東方朔)

 

3천갑자는 개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럭저럭 욕 안 먹고, 적당히 살다 죽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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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l1i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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